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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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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로소 산모와 아기, 두 생명의 심장이 건강한 뜀박질을 시작하다. 급성 심부전 산모와 아기, 두 의료진의 운명적인 '골든타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3

내용

비로소 산모와 아기, 두 생명의 심장이 건강한 뜀박질을 시작하다. 급성 심부전 산모와 아기, 두 의료진의 운명적인 '골든타임'

 
운명(殞命) 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같은 것들을 의미하지만,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만큼 달라진다는 관점에 좀 더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한 간호사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내려왔다. 뱃 속에 29주된 태아와 함께 응급실로 내원한 이 산모는 신속히 중환자실에 입원, 그날 저녁 제왕절개 수술 후 긴급히 아기를 꺼냈다. 산모는 급성심부전을 동반하고 있었다. 엄마의 심장도 문제지만 아기의 심장도 이미 평균 심박인 분당 120회-160회를 훨씬 뛰어넘은 180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고, 적절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아기와 산모의 목숨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산모는 걸어들어왔지만, 상황은 응급 중 응급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산모와 아기는 건강히 퇴원했다. 산모의 몸 컨디션이 아직 완벽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미소만큼은 누구보다 건강했고 아름다웠다.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뎌준 산모와 아기, 그리고 두 생명의 무게를 짊어진 두 의료진과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만들어낸 행복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이면에 30분만 늦었더라도 산모와 아기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던만큼, 그 날 병원에 파견나와 근무하고 있던 산모, 때마침 다른 응급수술을 마무리하기 위해 수술방에 있었던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 그리고 그 날 당직을 서고 있던 중환자의학과·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 그리고 아기까지. 단순히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어쩌면 이 모두가 해피엔딩을 염두해두고 운명처럼 엮여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빨라져 찾아간 응급실,
산모와 아기의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 시작되다!

 
산모는 출장차 우리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였다. 과거에는 5년간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했을정도로 본원과의 인연이 매우 깊다. 그 날도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임신 중이라 그렇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계속 숨이 가쁘고 구토가 잦아지면서 피까지 토해 부랴부랴 응급실로 내려온 것이었다.
 
태연히 걸어온 산모였지만 응급실 의료진들은 산모의 상태가 매우 위중함을 느꼈다. 바로 중환자실로 입원 수속을 밟고 산부인과로 연락을 취했다. 그 때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가 내려왔다.

산모의 x레이 사진산모의 x레이 사진

▲ 정상적인 폐(右)에 비해 폐부종이 매우 심해 검사 상 하얗게 보이는 산모의 폐(左)

 
“응급콜을 받고 중환자실에 가보니 산모의 맥박수가 160에 육박해있었고 급성 심부전으로 의심이 되더라고요. 일반 산모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특히 심부전이 있으면 자궁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대동맥·대정맥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신 중이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인데다 산모의 심부전으로 인해 아기에게 산소공급이 안되고 있어 자칫 아기가 뱃속에서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산모인만큼 수술 시 출혈로 인해 심장에 더욱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최석주 교수는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가급적 출혈이 적게 수술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비장한 전운이 감돌던 수술장에서 곧 29주 미숙아가 태어났지만, 아기는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미 급성심부전으로 인해 폐부종이 발생해, 폐를 돌고 나온 피가 정화되지 않은 채 아기에게 전달돼 맥박수가 빨라지고 산소공급이 안되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기하고 있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은 아기에게 CPR(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겼다.
 
이제부터는 산모의 생존을 위한 사투가 시작됐다.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의료진은 중환자의학과•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였다.
 

최석주 교수와 양정훈 교수

 
“산모에게 혈압상승제를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동맥 혈압이 50mmHg까지 떨어진 것을 보고 더 이상 약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ECMO (체외심폐보조장치: 카테타 두 개를 각각 정맥과 동맥에 삽입해 체내 혈액을 체외로 배출시켜 산소막과 펌프를 통해 양질의 혈액을 체내로 다시 보내주는 장치)를 삽입해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죠. 급기야 새벽 3:30분 경 ECMO 삽입을 시행하였고 당시 평균 동맥 혈압이 30mmHg까지 갑자기 떨어져있었습니다. 문제는 ECMO를 달면 혈전 예방을 위해 항응고치료를 해야하는데, 제왕절개 수술을 한 직후인만큼 자궁 출혈 등의 위험성이 있어서 항응고 치료 시작시점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새벽에 최석주 교수님이 오셔서 초음파를 통해 출혈 흔적 등 위험요소가 없으니 항응고 치료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을 말해주셔서 항응고 치료를 서둘러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모의 정확한 질환명이 밝혀졌다. 바로 전격성 심근염으로인한 ‘급성 심부전’이었다.
 
일반적인 사망률이 30~50%에 달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생사를 결정짓는 이 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면서 심장의 펌프기능이 상실되어 전신에 혈액 공급이 원활이 되지 않고 이로 인해여 폐부종이 발생하여 호흡곤란과 쇽을 유발하는 병이다.
 
그렇기에 양정훈 교수는 ECMO를 삽입하여 혈압을 유지한 채 폐부종의 치료를 시행하여 심장이 서서히 회복되도록 하였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단 20%에 불과했던 산모의 심기능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출산 후 밤낮으로 치료에 매달린지 꼬박 열흘, ECMO를 제거한지 딱 일주일 만이었다. 제왕절개 수술 이후부터 긴 잠에 들었던 산모도 드디어 깨어났다. 이제야 비로소 산모와 아기, 두 생명의 심장이 건강한 뜀박질을 시작한 것이다.
 
 
산모와 아기 생존의 핵심은,
신속한 연락과 다학제 진료 시스템으로 인한 팀웍, 그리고 운명같았던 타이밍.

 

최석주 교수와 양정훈 교수, 그리고 임산부

열흘 간의 긴 치료를 마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퇴원을 앞둔 산모와 아기를 바라보는 의료진의 표정에도 기쁨과 보람이 가득했다. 지난 날의 결코 쉽지 않은 여정도 설핏 비쳤다.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 최석주 교수와 양정훈 교수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사실 그 뒤에는 수 많은 진료과 의료진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다. 그렇기에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히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을 두 교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으로 꼽았다.
 
“산모와 아기의 치료를 위해 중환자의학과와 산부인과 외에도 순환기내과, 마취과, 소아청소년과, 신생아중환자실, 심장내과 중환자실팀이 모두 모여 함께 고민하고 최상의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루하루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최상의 치료효과를 내기 위해 모든 의료진들이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하고 생각합니다.”
 
산모가 응급실에 내려온 직후 중환자실에 입원, 그로부터 1-2시간 이내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졌고,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로 산모는 심장내과 중환자실로 이동해 각각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미숙아 치료와 심부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우수한 협진 시스템과 의료진 간의 팀웍이 있었기에 신속한 연락이 가능했고, 그를 기반으로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의료진은 운명처럼 맞아떨어진 기막힌 타이밍’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최석주 교수와 양정훈 교수

 
“(최석주 교수) 그날 저녁 제가 원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다른 수술을 하느라 퇴근 안하고 마침 분만장에 있었거든요. 수술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응급연락을 받은거죠. 그래서 바로 내려가서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양정훈 교수) 저는 중환자의학과와 순환기내과의 응급상황 발생 시 콜을 받고 있고, 주로는 중환자실로 입원한 환자 중 심장질환을 갖고 계신 중환자분들을 진료합니다. 그 날은 순환기내과 응급콜을 통해 심장내과 중환자실 입원예정인 산모의 활력증후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연락을 받고 신속하게 달려가 소중한 산모를 치료할 수 있었던거죠.”
 
어쩌면 산모를 미리 만날 것을 예상했듯 두 의료진은 그 날 저녁 산모에게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산모 역시 응급실로 바로 내려올 수 있었던 간호사였음을 감안해보면, 이를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가히 ‘운명적’이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특이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심해지면 즉각 대형병원을 찾아야해,
엄마와 아기 두 생명을 모두 살리는 길은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임을 잊지마세요.

 
그러나 모든 산모들에게 이렇게 운명적인 상황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는 산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산모의 경우 바이러스성 심근염으로 인한 급성 심부전증이었는데 이는 산모 스스로 알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특히 임신 말기의 산모들 중 배가 불러 생리적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신으로 인한 정상적 변화인지, 이 산모처럼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각해진다고 판단되면 큰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산모의 입장에서 뱃속에 있는 아기의 건강을 감안한다면 검사 및 약물 치료 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자칫 엄마의 치료를 담보로 아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환자의학과·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는,
“만약 이 산모가 아기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검사 및 치료를 거부하였다면 산모와 아기가 모두 위험한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본원 의료진들은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산모들이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구하는 만큼 믿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일지라도 산모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결국 엄마와 아기, 두 생명을 모두 살리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그 것이 이 산모가 여러분들께 주는 메시지입니다.”라며 고위험 산모들에게 희망의 말을 전했다.

활짝웃는 임산부

의료진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찾은 산모의 병실에서 산모는 조금 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보고 온 아들의 사진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ECMO를 제거한 이후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아직 재활치료가 좀 더 남아있지만 산모는 수술 및 치료를 해 준 의료진과 물리·운동 치료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간호사로 근무할 때랑 환자로 있을 때의 입장이 많이 달랐는데,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너무 잘 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일반 병실로 옮길 때도 양정훈 교수님 주치의 계속 하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어요. (웃음) 처음엔 제가 왜 갑자기 이런 질환을 갖게 됐나 우울하기도 했지만, 모든 의료진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계시고, 저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결국 살려고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어요. 너무 감사하고, 어렵게 얻은 귀한 아기 잘 키울게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병원을 나서며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와 굳게 약속했다.
이 아기가 커서 어린이집에 갈 때 즈음 둘째 낳으러 올 테니 다시 만나자는 약속.
신뢰와 희망이 동반된 기분좋은 약속이었다. 2년 뒤 그녀를 다시 만나길 고대해본다.

최석주 교수와 양정훈 교수, 그리고 임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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