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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블로그

글 내용
제목 두 번의 조산, 세 번의 이별,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하늘에서 보내 준 가장 귀한 희망의 선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3

내용

 

두번의 조산, 세번의 이별,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하능에서 보내 준 가장 귀한 희만의 선물
: 자궁경관무력증을 가진 고위험 산모의 출산 이야기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수술은 응급으로 자궁경관을 묶는 수술, 즉 응급 맥도날드(McDonald) 수술이다.
수술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서 수술 시간 동안 계속 struggle해야 하지만, 잘 된 경우 이 수술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치 메트로놈 같이 넘나드는 수술이기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수술인 것이다.
 
나는 태아의 생존 능력이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위험 산모들에게 임신 28주가 되면 일기를 쓰라고 한다.
병원에서 절대안정을 하면서 누워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쉽지 않으니 일종의 미션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이 아기가 커서 사춘기가 되어 엄마에게 반항하면 병원에 장기간 안정하면서 힘들게 지내며 채워나갔던 일기를
들이밀면서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라고 증거로 보여주라고 우스개 소리를 건넨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의 페이스북 노트에 적혀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술’이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임신부터 온전히 한 생명을 출산하기까지 그리 녹록치 않은 여정을 겪으며 우리는 한 생명이 태어나는 신비를
늘 일상적으로 주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기에, 출산 전 어떤 산모와 아기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메트로놈같이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오수영 교수가 위에서 언급한 자궁경부원형결찰수술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자궁경관무력증’이다.
임신 중반부에 태아 등 임신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아기집이 자궁경부를 통해 빠지는 상태로 대개 임신 20주 전후로 잘 발생한다고 한다.

한 논문에서는 자궁경관무력증을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자연유산의 시기를 지나서 산모 및 보호자가 앞으로의 임신의 경과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재난(disaster)”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진통 없이 자궁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아기집이 빠지기 때문에 병원을 갔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하는 자궁경부원형결찰수술는 앞에 ‘응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있는 의료진과 산모

 
얼마 전, 오수영 교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메트로놈같이 넘나들던’ 한 아기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줬다.
2년 동안  세 아기 천사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기적처럼 찾아온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 ‘하늘’이(태명)로 하여금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됐다.




▒ 자궁경관무력증으로 인해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세 명의 아기
모두 포기했을 때 기적처럼 들어선 아기, ‘하늘이’

 

교수님,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하늘이가 34주차에 접어들어 아기의 예상체중이 2kg을 넘는 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늘이 엄마는 오수영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 번째 임신이지만 그녀가 만삭 가까이 버틴 적은 처음이었다.

하늘이는 37주6일, 만삭에 태어나 엄마의 품에 안긴 건강하고 예쁜 딸이지만, 사실 하늘이에게는 위로 언니, 오빠가 합쳐 세 명이나 있었다. 

하늘이의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해는 2000년,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아 2003년 타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지만, 25주에 조기진통으로 조산을 했다. 제왕절개수술 후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옮겨져 치료를 받는 도중 3개월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로부터 2년 뒤, 시험관아기를 통해 쌍둥이를 임신했고 임신 14주, 자궁경관무력증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역시 25주차에 접어들면서 또 조기진통과 조기양막파수가 생겨 조산하여 두 아기 모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버티다 결국 생후 한 달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조산의 원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자궁경관무력증이었다.
자궁경관이 아기집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했던 것이고 아기가 너무 빨리 세상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사투를 벌이던 아기들을 보며 누구보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랬지만, 결국 25주라는 같은 주수에 두 번이나 같은 증상으로 세 아기 천사를 가슴에 묻은 부부는 이제 다시는 아기를 갖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8년 뒤, 이 부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아왔다. 
이 때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와 처음 만났다. 설마하고 찾았던 부부는 임신 양성 판정을 받고 난 후,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내년에 입양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시험관 임신도 아니고 그토록 원했던 자연 임신이었지만,
두 번이나 같은 이유로 먼저 보낸 아기들을 생각하면 기쁨보다는 또 다시 잘못되지는 않을까,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또 다시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오랜 고민 끝에 부부는 한 번 더 희망을 가져보기로 결심했고, 그 쉽지 않았던 결정은 이제 고스란히 의료진의 어깨에 얹어졌다.

 

▒ 항생제치료, 자궁경관무력증수술, 임신성 당뇨 치료까지,
조산의 위험’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다.


40세의 고령, 불임, 자궁경관무력증, 조기양막파수, 조기진통, 임신성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이 산모가 갖고 있는 질환과 과거력은 실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모든 요소의 총집합이었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의 고민이 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 산모 분의 경우 두 차례 이른 조산의 과거력이 있고, 특히 두 번째 임신기간 중 14주에 자궁경관무력증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산이 된 것은 자궁경부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인데 문제는 한 번 조산을 하고 나면 그 다음 임신 시 조산 가능성이 더욱 증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과는 다른 자연 임신이었지만 조산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조산의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타 병원에서 이미 두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산과적 고위험의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온 산모이기에 ‘최고의 주치의’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던 오수영 교수는 이 산모가 자신의 임신에 대해서 걱정하는만큼 본인도 많은 걱정을 했고 또한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 놓았다

자궁경관무력증의 일부에서 자궁내 감염과 관련이 있고 이런 경우 이른 조산과 관련된다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산모의 경우 수술 전 치료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질내 비정상적인 세균이 있으면 자궁경부무력증 수술 후에도
경과가 좋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수술 직전까지 세균검사를 집중적으로 시행했는데, 실제로 여러 검사를 통해
복합 감염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출된 균 중에는 경구용 항생제가 듣지 않는 독한 균이 있어 입원해, 열흘 간  항생제 치료를 했고, 균이 치료가 된 것을 확인 한 후  자궁경관무력증에 대한 수술을 했습니다.”

자궁경관무력증 수술 전 산모의 산도내의 비정상적 세균들을 치료하고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자궁경관무력증 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일반적인 자궁경관무력증 수술은 쉽게 말해 아기가 빠지지 않도록 자궁 경부를 4땀 정도 꿰매주는 수술이라고 한다.
얼핏보면 이론상으로는 간단한 수술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산모의 경우 과거에 자궁경관무력증 수술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5주에 조산한 선례가 있었기에, 준비는 더욱 철저해야 했고, 정확해야 했으며, 단 4 땀만으로 출산 전까지 아기가 나오지 않도록 버텨내야 했다.

초음파사진

A. 임신 19주, 자궁경관의 길이가 약 3.0cm 으로 유지, B. 임신 37주, 자궁경관의 길이가 약 1cm 인 상태 (화살표: 자궁경부원형결찰수술 부위)
 
“자궁경관무력증의 수술은 수술 시간은 비교적 짧아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수술입니다. 짧은 시간 수술을 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긴 제왕절개수술하는 것 보다 사실 더 피곤해요. 이 산모의 경우 이미 세 명의 아기와 이별을 경험한 불혹 나이의 산모였기에
수술 전, 후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

이 산모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료진의 간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수술은 잘 끝났고, 이제부터는 오로지 조심 또 조심하며 아기가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5주, 두 번의 조산을 했던 시기가 찾아왔고 그 때부터는 그야말로 하루하루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늘이 엄마는 제발 한 달만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항상 25주차에 조산을 했으니까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것 같았어요. 다음날 눈 뜨면 한 달 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나치게 움직이면 아기집이 빠질 위험이 있어 늘 누워있었죠. 늘 긴장했고,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태교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그저 아기가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의료진과 가족의 간절한 바람이 아기에게 전해졌던 것일까. 아기는 27주를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27주에 산모는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고 식이 조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궁경관무력증으로 운동을 열심히 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임신성 당뇨의 경우 아기의 폐 성숙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출생 후에도 자가 호흡이 어려울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자궁내 태아사망
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혈당관리가 중요하다.
 
산모는 결국 31주 태동이 감소하여 집중 치료를 위해 세 번째 입원을 하였으며 이제는  인슐린 주사 주입과 함께 혈당 조절을 시작했고, 당뇨로 인해 줄었던 태동은 치료가 진행될수록 다시 정상적인 움직임을 되찾아갔다.
 
그 때 하늘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34주를 지나고 있었고 세 번째 퇴원을 하였다.


그리고 2014년 4월 4일.
37주차에 접어든 만삭의 몸으로 하늘이 엄마는 출산 전 막바지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양수가 많이 감소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당일 바로 입원,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바로
응급수술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출산수술중인 의료진들

전에 제왕절개수술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아기와 산모의 안전을 고려하여 반복 제왕절개수술이 시행되었으며,
4월 5일 식목일 이른 아침, 그렇게 37주 6일에 2.97kg의 건강한 하늘이가 세상 밖으로 새싹처럼 방긋이 나왔다.




▒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모성애와 새 생명의 경이로움, 희망은 분명 있으니까요.


그로부터 이틀 뒤, 병실을 다시 찾았다.
막 모유수유를 마친 후 잠든 하늘이를 보는 엄마는 아직 이 행복이 실감나지 않는 듯 했다.

아이를 안고있는 산모

 
“얘가 내 딸이구나,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직 그래요. 그래도 모유수유하고, 아기가 옆에서 울고 하는 거 보면 차츰차츰 실감이 좀 나요. 특히 친정 아버지가 손주가 9명이나 있는데도 하늘이 태어나니까 우시고, 너무 좋아하셔서…”라며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흘리는 산모의 모습에서 그간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픈 시간들과, 그래도 기적처럼 곁에 와준 하늘이에 대한 기쁨이 교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기를 안고 행복한 표정으로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에서의 네 번째 퇴원을 하며,
같은 아픔을 겪는 또 다른 산모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

살다 보면 때때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괜찮다고 하는 건 어쩌면 겉으로 나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그 안에는 정말 이루고 싶은, 아기에 대한 희망이 있으실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일담이지만 이 수술이 끝나고 오수영 교수는 자궁을 봉합해놓은 실을 풀어낸 후 선뜻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 힘든 과정을 겪으며 아기가 세상 밖으로 온전히 나오기까지 굳건히 지탱해 준 가느다란 실은, 뜨거운 모성애의 결과이자 형언할 수 없는 새싹처럼 고귀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아이를 바라보는 산모

 
모두가 포기했을 때 기적처럼 우리의 곁으로 온 하나님의 선물, 하늘이는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은 훗날 하늘이가 사춘기를 맞이해 엄마와 아빠에게 감사의 마음을 상기할 수 있는 엄마의 태중 일기 중 일부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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