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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블로그

글 내용
제목 Sympathy가 아닌 Empathy로,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이 전하는 나의 환자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3

내용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의 이야기   
 
제 1신생아 중환자실  김은숙 간호사
 

염색체 이상이 의심되어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아기가 우리 병동으로 입원하였습니다.
 
움직임도 별로 없었고, 울거나 보채거나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아기를 보며,
아기가 점차 좋아지기를 아기의  부모뿐만 아니라 의료진 모두 바랬지만 아기는 호전이 없었습니다. 
아기의 부모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치료 방법이 없는 것에 대해  낙담하며  힘들어하기 시작했고,
간호사들을 포함한  모든  의료진에게  힘든 감정을 투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나 힘들까..나 같아도 그럴꺼야.. 몇 년 만에 힘들게 얻은 아기고..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지만 그러한 생각도 며칠… 의료진에 대한  아기 부모님의 태도에 점차 그 분들을 대하는 저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면회 시간에 인터폰을 눌러 어떤 아기 보호자시냐고 여쭈어보면 “ OO 아빠라니까요!! 문 열어요!!!”하고 소리지르고, 항상 짜증난 말투로 의료진을 대하며,  검사는 다 거부하면서  엄마 품에 아기를 품고 직접 피부를 맞대는 치료인  캥거루 케어는 계속 하려는  부모의 요구가 집착으로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나 같으면 저렇게는 안 할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 분들과의 대화를 꺼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그럴 수록  부모는 더욱 캥거루 케어에 집착했습니다. 
케어 시마다 산소 포화도가 저하되는 아기로 인하여 담당 간호사와 주치의는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아기도 의료진도 더 힘든데 꼭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떠났고, 아기의 부모는  의료진들을 너무나 힘들게 했던 이미지로 우리에게  남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떠난 뒤 얼마 후 병원  원목 신부님으로부터 그 아기 부모님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너무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준  의료진에게 미안하고, 고마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사망한 후에도 아기를 그리워하며 힘들어 하고 있으며, 신부님 앞으로  감사의 편지도 왔다고 하였습니다.   얼마 뒤 병동으로도  A4지 한 장 가득 정성들여 쓴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고작 135일이었지만, 아픈 우리 아기였지만..얼굴 만져 볼 수 있고…품에 안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호흡기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캥거루 케어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품에 안은 채 하늘 나라로 보내기를 기도했는데..거짓말처럼 제가 안자마자 하늘로 간 우리아가…혼자서 무서워 하며 가지 않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아기 부모님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만 이해하려다 보니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 분들이 자신의 감정을 의료진에게 투사하고 부정적으로 대했던 것은 아마도 ‘나도 힘들어요,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라는 작은 외침 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외침을 외면했던 저에겐 그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하는 마음이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
 

김은숙 간호사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힘드냐는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한번 잡아주기..Sympathy가 아닌 Empathy를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땐 왜 미처 알지 못했는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공감하는 간호사가 되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 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일어난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 이는 앞으로 수많은 환자, 보호자를 만나고 간호하게 될 저에게 아기가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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