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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블로그

글 내용
제목 엄마 자궁 밖으로 빠진 팔, 쌍둥이 동생을 받친 채로 생존 한계점을 넘다. 21주 자궁경관무력증 조기양막파수 산모와 쌍둥이 미숙아의 특별한 백일잔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6-07-14

내용


 

자궁경관무력증·조기양막파수 산모와
쌍둥이 미숙아 제이카이가 맞이한 특별한 백일잔치

 

 

 
"양수가 터지면서 아기 팔이 빠졌습니다.
배 속에 있는 두 아기 모두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혼 4년만에 시험관 임신으로 어렵게 얻은 쌍태아 제이와 카이.
하지만 21주가 조금 지날 무렵, 약간의 진통이 와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엄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자궁문이 열리면서 양막이 터졌고, 양수가 확 빠져나오면서 한 태아(제이)의 오른팔이 자궁 밖으로 나와 질 쪽으로 빠져 나왔다는 겁니다.
 
진단명은 자궁경관무력증으로 인한 조기양막파수.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질환 이름은 무엇이며, 아직 배 속에서 5개월 밖에 자라지 않은 아기의 팔이 자궁 밖으로 빠져 나와있다니.
당황스러워할 겨를도 슬퍼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산모와 남편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이토록 이른 주수의 조기양막파수 산모가 무사히 출산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본 후 자신의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에게 말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으로 보내주세요.”




임신 21주에 엄마의 몸 밖으로 빠져 나온 제이(형)의 팔,
카이(동생)를 받친 채로 생존 한계점을 넘다.




2015년 3월 26일.
부산에서 구급차를 타고 한 산모가 도착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케이스의 산모가 있는데 보내도 되겠냐’는 연락을 받고 ‘산모가 원하면 당연히 보내주세요.’라고 답했던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도 이 산모를 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임신 21주차인터라 아기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산모의 몸 밖으로 빠져 나와 있는 태아의 팔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와 같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산부인과 교과서에 있는 자궁 밖으로 팔이 빠진 경우란, 대부분 만삭아의 진통 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 21주의 태아에게는 매우 희박한 경우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Williams Obstetrics 24th edition (산과학 교과서)

 


오수영 교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반적으로 23주 미만의 태아는 생존 능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고, 이미 양수가 터지고 팔이 빠져 나온 상태의 태아(제이)가 과연 얼마나 버텨줄지 예측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빠진 팔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 교수가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위에 있는 또 다른 태아(카이)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태아들처럼 제이가 머리 (또는 역아 위치)를 밑으로 향하고 있었다면 이미 거의 다 열린 자궁문을 통하여 제이뿐만 아니라 카이까지 쏟아져 나와 두 아기 모두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겁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제이는 양수가 터져 나오면서 어깨로 엄마의 자궁경부를 막았고, 따라서 절대 자연적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자세로 엄마 배 속에 있었습니다. 이 자세로 제이는 자신의 위에 있던 또 다른 아기집을 받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카이는 양막 파수 없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엄마의 자궁 속에서 버티면서, 두 아이 모두 23주라는 최소한의 생존 한계점을 넘을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양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이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마른 땅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어요. 동생과 엄마,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요. 저희도 최선을 다해 제이와 카이의 생존율을 높이도록 집중할 겁니다.”
 
그 순간, 엄마는 자신의 몸 밖으로 나온 너무도 작은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꼈습니다.
 
‘살아있다.’
 
그리고 산모와 두 태아의 기약할 수 없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태아를 보호하는 막인 양수가 터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염.
특히 엄마의 몸 밖으로 나와있는 아기의 팔이 문제였습니다.
 
자궁수축억제제를 사용하여 자궁을 최대한 이완시키면서 아기의 팔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기를 기다려도 보고, 아기의 팔을 다시 자궁안으로 밀어 넣고 자궁 경부를 묶는 봉합수술도 시도해 보려 하였으나, 이미 오염이 되어 있을 아기의 팔은 자궁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았고, 더 무리해서 억지로 밀어 넣고 자궁경관봉합수술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현재 정상인 위쪽의 태아에게까지 감염의 위험이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예방적 항생제의 투여와 함께 산모의 염증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 이러한 기간 동안 밖으로 나온 제이 손의 색 변화가 있는지, 움직임은 어떠한지를 지켜보며 최대한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협진하에 24시간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살폈고, 매일 매일 아기의 팔과 손을 소독하면서 감염이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팔의 장애와 폐의 성장, 그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25주 2일만에 800g의 쌍둥이가 태어나다.



그렇게 3주하고도 3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이는 엄마의 움직임에 따라 팔을 더 빼거나 넣기도 하면서 기적 같은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제이가 받치고 있는 카이는 건강하게 크고 있었고요.

▲양수가 없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제이(左), 풍부한 양수 속에서 안정적으로 누워있는 카이(右)

 
하지만 의료진의 긴장감은 여전했습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아기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25주차에 접어들었지만, 문제는 제이의 팔이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두면 제이가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팔에 장애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 두 아기들을 모두 꺼내기에도 너무 이른 임신 주수였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버티는 23주에서 28주 사이는 태아의 성장에 매우 크리티컬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이 자궁 속에서 하루를 버티면 생존율이 2-3%씩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즉 엄마의 자궁에서 하루를 버틸 때마다 아기들의 예후가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에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최대한 자궁내에서 버티는 시간을 끄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이와 카이의 경우도 최소한 28주까지 시간을 끌고 싶었죠.”
 
아기의 정상적인 팔 기능을 위해서라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지금 분만을 해야 하지만, 폐와 심장, 뇌 등 주요 장기가 성숙되어야 하는 이 시기에 꺼내면 자칫 생명 자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겁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분만의 상황에 대비해 아기들의 폐가 조금 더 성숙되어 나올 수 있도록 치료를 병행했고, 그렇게 의료진은 밤낮 구분 없이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토요일 밤 8시, 오수영 교수는 다급히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이의 팔이 절반 이상 빠져나오면서 자궁 경부 (자궁의 입구)에 몸이 걸렸고 이로 인해 심박동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산모에게 급작스런 조기진통이 시작되었으니, 이제는 그야말로 초 응급 상황이었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힘겹게 버텨오던 제이가 이제는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이의 팔은 진통이 시작된 자궁으로 인하여 혈액순환에 장애를 받았는지 두 배로 부었고 색깔은 보라색으로 변해 축 처져 있었습니다.
초기 목표였던 28주까지 버틴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꺼내야 한다.’

바로 수술을 결정해 그대로 산모의 침대를 밀고 수술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2015년 4월 18일, 정확히 25주 2일에 810g의 제이와, 750g의 카이가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임직원들이 준비한 특별한 백일선물
제이와 카이의 치료비 지원을 위한 ‘사랑별’

 

그리고 지난 7월 26일 오후 엄마가 병원을 찾았습니다. 한 손에는 특별한 상자도 들려있었는데요.
엄마가 부산에서부터 가지고 온 두 아기의 백일케익이었습니다.

오늘은 제이와 카이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출산 전 과정을 함께한 산부인과 의료진과, 두 아이를 치료하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직 두 아기가 치료를 받고 있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백일잔치를 해야 했지만 그 동안 힘들었던 여정을 떠올리며 모두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제이와 카이의 100일 잔치가 더욱 뜻 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삼성서울병원 임직원들이 ‘Blue ID 사랑별 캠페인'으로 약 1천 2백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한 것입니다. 특히 이 BLUE ID 사랑별 캠페인이 1주년을 맞이한 시점의 대상자여서 더욱 그 의의가 큰데요.

*BLUE ID 캠페인
삼성서울병원은 Blue ID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의 기부를 독려하여,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 지원(사랑별), 국내외 의료봉사 지원(건강별), 질환 연구 지원 기금(희망별)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주년을 맞이한 사랑별은 지난해 8월 1일 치료비 지원을 받은 첫 환자를 시작으로, 제이와 카이는 각각 사랑별 4호, 5호에 선정됐다.

 
▲건강한 모습의 카이(上), 아직 치료 중인 제이(下)
 

그렇게 삼성서울병원 전 직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동생 카이는 미숙아 치료를 잘 받아 출산 직후보다 네 배가량 몸무게가 늘었고, 이제 곧 퇴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 제이는 아직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의료진들이 출산 시기를 앞두고 가장 걱정이 많았던 팔은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자발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하고, 장 폐색증으로 인한 수술도 해야 합니다.

두 아기의 치료를 위해 100일간 고군분투했던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는
“21주라는 아주 어린 주수에 엄마의 양수가 터지고 제이의 손이 바깥으로 나오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제이와 카이가 3주 이상 버텼습니다. 25주도 아주 어린 주수이긴 하지만 다행이 카이는 다음 주면 퇴원해서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제이는 태어날 때부터 장이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장을 바깥으로 빼는 수술을 한 차례 했고, 호흡기도 안 좋아서 아직 혼자 완전히 숨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장을 재건하는 수술도 앞두고 있는데요. 제이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아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모 배 속에서부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의료진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백일 정말 축하 드립니다.” 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역시 오늘이 있기까지 누구보다 잘 견뎌준 산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는데요.
 
“산모분이 지방에서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저희 병원까지 오신다고 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산모는 애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구나. 그럼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고요. 최선을 다하는 산모에게 최선의 결과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잘 돼서 정말 기쁩니다. 무엇보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기들을 믿고 버틴 산모가 존경스럽고, 또한 묵묵히 제가 하고자 하는 치료 방향 등을 잘 믿고 따라와주면서 견뎌주신 산모와 남편 분이 정말 고맙습니다.”며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포기’라는 단어를 지웠습니다.
배 속의 아기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버티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똘망거리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는 카이를 안은 엄마는 지금까지 함께 해준 의료진과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 곳으로 왔을 때 전 이미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마지막 보루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저에게 단 한 번도 ‘불가능하다’, ‘어렵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회진 때마다 사진을 가지고 오셔서 23주, 24주 태아들도 무사히 태어나서 잘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그 덕분에 더 용기를 얻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포기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산모들도 아기가 배 속에서 엄마를 만나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란 걸 기억하신다면 잘 이겨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제이와 카이는 탄생의 과정을 함께해준 사람들과 함께 백일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제이는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훗날 이 기념사진으로 함께 백일을 추억하겠지요.
 
커다란 독수리가 엄마 품 속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독수리의 한쪽 날개를 잡아 품에 안았다는 제이의 태몽.
그래서 엄마, 아빠는 제이의 팔이 몸 밖으로 나왔던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며
이름도 새와 관련된 제이로 지었다고 했습니다.
 

태몽 속 독수리가 정말 제이였을까요?
조만간 제이 역시 완치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동생 카이와 함께 하늘을 힘차게 나는 독수리처럼 씩씩하게 자라날 것을 믿습니다.
제이와 카이의 백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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