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쉼없는 도전과 아름다운 중용으로 환자 치료와 환자 행복을 구현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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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5.07 | 조회수 | 4481 |
첨부파일 | 7.jpg(33915 KB) |
여러 방면의 일에 능통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팔방미인(八方美人)’. 실제 팔방미인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단어는 있으나 한 가지만 잘하기도 어려운 세상에 실제로 그런 인물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만났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산부인과에 싱글포트 수술 적용.
쉼없는 도전과 똑 부러지는 매듭짓기에 능한 의사.
난소암, 자궁근종, 싱글포트 수술을 주로 진료하는 김태중 교수를 만난 후 돌아서는 순간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의료계 팔방미인이었다. 특히 탄탄한 기본 위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마치 팔색조를 만난 느낌이랄까. 실제로 김 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산부인과 부문에서는 이미 그 실력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실력자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신기술 ‘싱글 포트’를 시행했다. 최근까지 수 백례의 해당 기술을 도입한 수술을 진행하며 해외 의료계와 각종 학회에 초청받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때문에 김 교수를 이야기하면서 ‘싱글 포트’와의 조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싱글 포트는 무엇일까.
우리말로 풀어내면 ‘단일공법(單一孔法)’ 또는 ‘단일통로’로 이해할 수 있다. 몸의 구멍 한 곳만을 통해 수술하는 방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꼽 내부만 절개해 통로를 만든 후 포트를 장착하고 내시경과 수술용 도구를 삽입해 시행한다.
기존에는 배를 비롯한 신체 특정 부위를 크게 절개하거나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함으로써 통증이 크고 회복기간도 길었다. 더욱이 수술 후 고스란히 남은 상처가 미용적 측면에서는 평생 눈엣가시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싱글 포트는 기존 수술에 비해 작은 단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도 적고 회복기간도 단축하는데다, 배꼽 주름에 가려 흉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환자들로부터 각광받았다.
“2008년 가을에 열리는 국제학회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싱글 포트라는 개념을 접했는데 이 기술을 산부인과에 바로 적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했어요. 본 적도 없고 배꼽을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지만…. 환자들 만족도도 높고 좋던데요.(웃음)”
외과 분야의 수술에서 먼저 도입해 주로 시술해오다가 김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적용, 최근까지 성공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도전정신도 돋보이지만, 흉터의 존재를 남성보다 싫어하는 여성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세심한 배려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김 교수의 개인적 경험도 한몫했다.
“싱글 포트 도입 초기에 제가 맹장염에 걸려 수술받고 입원을 했어요. 그때 알겠더라고요. 수술 당일이야 마취 깨면 기억도 없고 정신도 없지만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정말 힘들더라고요. 통증도 통증인데다 씻지도 못하고, 저야 의사니까 막 움직였지만 일반 환자는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싱글 포트에 매달렸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열심히’했다.
싱글 포트 수술의 경우 실밥을 제거하거나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일 필요없이, 수술 당일 샤워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제 모습을 찾아올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환자가 단 하루라도 더 편하고 행복하게 병원에 있기를 바랐던 마음에서다.
그의 이 같은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온 환자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교수실 한쪽에는 환자들이 보낸 편지를 담아놓은 함이 있고 게시판에도 전자이메일을 프린트해 붙여놓은 것이 여러 장이다.
그 중 미국에 살던 한 환자가 25년간 자궁내막증을 앓고 자궁선근종을 진단받았음에도 신체에 흉이 남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으로 김 교수의 활약을 확인, 수술 후 기쁜 마음으로 보내온 편지도 있다.
여러 선생님께 치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느낄 수 없었으며 일본에서 자궁적출수술을 받는 것도 생각했지만, 출산의 경험이 없는 저에게 내시경으로의 자궁적출은 무리라는 말만 돌아오고, 개복수술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복부에 큰 수술 흉터가 남는 개복수술에는 큰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면 신체에 흉이 남는 것은 피하고 싶은 마음, 다들 이해하실겁니다. 게다가, 개복수술은 회복이 늦어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한국삼성서울병원의 김태중 선생님의 기술과 수술방법을 소개하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저는 바로 이 선생님이라면 내 고민을 해결해주실꺼다!라고 직감했습니다. 정말 저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환자를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인터뷰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날 김 교수는 필자와 함께 방문한 홍보실 직원에게 수술장 직전에 환자들에게 보여줄 홍보물 책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보호자나 환자가 좀 더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당 의사의 이야기가 담긴 책자를 비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번지점프를 하더라도 뛰어내리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괜찮지만 올라가는 그 길이 제일 걱정이잖아요. 수술 방에 들어가기 직전의 환자들이 그런 마음일 거예요. 그 긴장되는 순간에 의사는 환자와 따로 준비한 후 다 마취된 후 들어가니 더 불안하겠죠. 그럴 때 담당 의사 이야기가 담긴 홍보물 책자가 도움되지 않을까요?”
이미 김 교수는 한 간호사의 제안으로 수술 방에서 대기하는 환자한테 부드럽게 설명하는 내용의 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5년여. 그는 산부인과 싱글 포트 실력자이자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로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다음 달에 열릴 해외 학회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신기술 ‘싱글 포트’를 시행했다. 최근까지 수 백례의 해당 기술을 도입한 수술을 진행하며 해외 의료계와 각종 학회에 초청받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때문에 김 교수를 이야기하면서 ‘싱글 포트’와의 조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싱글 포트는 무엇일까.
우리말로 풀어내면 ‘단일공법(單一孔法)’ 또는 ‘단일통로’로 이해할 수 있다. 몸의 구멍 한 곳만을 통해 수술하는 방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꼽 내부만 절개해 통로를 만든 후 포트를 장착하고 내시경과 수술용 도구를 삽입해 시행한다.
기존에는 배를 비롯한 신체 특정 부위를 크게 절개하거나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함으로써 통증이 크고 회복기간도 길었다. 더욱이 수술 후 고스란히 남은 상처가 미용적 측면에서는 평생 눈엣가시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싱글 포트는 기존 수술에 비해 작은 단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도 적고 회복기간도 단축하는데다, 배꼽 주름에 가려 흉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환자들로부터 각광받았다.
“2008년 가을에 열리는 국제학회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싱글 포트라는 개념을 접했는데 이 기술을 산부인과에 바로 적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했어요. 본 적도 없고 배꼽을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지만…. 환자들 만족도도 높고 좋던데요.(웃음)”
외과 분야의 수술에서 먼저 도입해 주로 시술해오다가 김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적용, 최근까지 성공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도전정신도 돋보이지만, 흉터의 존재를 남성보다 싫어하는 여성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세심한 배려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김 교수의 개인적 경험도 한몫했다.
“싱글 포트 도입 초기에 제가 맹장염에 걸려 수술받고 입원을 했어요. 그때 알겠더라고요. 수술 당일이야 마취 깨면 기억도 없고 정신도 없지만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정말 힘들더라고요. 통증도 통증인데다 씻지도 못하고, 저야 의사니까 막 움직였지만 일반 환자는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싱글 포트에 매달렸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열심히’했다.
싱글 포트 수술의 경우 실밥을 제거하거나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일 필요없이, 수술 당일 샤워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제 모습을 찾아올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환자가 단 하루라도 더 편하고 행복하게 병원에 있기를 바랐던 마음에서다.
그의 이 같은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온 환자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교수실 한쪽에는 환자들이 보낸 편지를 담아놓은 함이 있고 게시판에도 전자이메일을 프린트해 붙여놓은 것이 여러 장이다.
그 중 미국에 살던 한 환자가 25년간 자궁내막증을 앓고 자궁선근종을 진단받았음에도 신체에 흉이 남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으로 김 교수의 활약을 확인, 수술 후 기쁜 마음으로 보내온 편지도 있다.
여러 선생님께 치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느낄 수 없었으며 일본에서 자궁적출수술을 받는 것도 생각했지만, 출산의 경험이 없는 저에게 내시경으로의 자궁적출은 무리라는 말만 돌아오고, 개복수술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복부에 큰 수술 흉터가 남는 개복수술에는 큰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면 신체에 흉이 남는 것은 피하고 싶은 마음, 다들 이해하실겁니다. 게다가, 개복수술은 회복이 늦어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한국삼성서울병원의 김태중 선생님의 기술과 수술방법을 소개하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저는 바로 이 선생님이라면 내 고민을 해결해주실꺼다!라고 직감했습니다. 정말 저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환자를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인터뷰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날 김 교수는 필자와 함께 방문한 홍보실 직원에게 수술장 직전에 환자들에게 보여줄 홍보물 책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보호자나 환자가 좀 더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당 의사의 이야기가 담긴 책자를 비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번지점프를 하더라도 뛰어내리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괜찮지만 올라가는 그 길이 제일 걱정이잖아요. 수술 방에 들어가기 직전의 환자들이 그런 마음일 거예요. 그 긴장되는 순간에 의사는 환자와 따로 준비한 후 다 마취된 후 들어가니 더 불안하겠죠. 그럴 때 담당 의사 이야기가 담긴 홍보물 책자가 도움되지 않을까요?”
이미 김 교수는 한 간호사의 제안으로 수술 방에서 대기하는 환자한테 부드럽게 설명하는 내용의 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5년여. 그는 산부인과 싱글 포트 실력자이자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로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다음 달에 열릴 해외 학회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IT, 사진, 음악, 테니스, 미술까지 중용의 가치관으로 버리고 채우며 삶을 즐기는 남자.
이제 앞서 김 교수를 팔방미인이라 칭했던 이유를 본격적으로 설명할 때다. 의사로서의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다른 것은 할 여력도 없을 듯한데, 김 교수는 마치 하루가 48시간인마냥 다양한 일을 즐기며 해내고 있었다.
우선 그의 IT 기술이 그러하다.
“버려야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죠. 어느 날 제가 너무 파워포인트에 익숙해진 느낌이어서 새로운 키노트를 시도했어요. 예쁘고, 익숙해지니 편하고, 다른 제품도 그렇게 하나하나 도전하다 보니 거의 수집 수준이 됐네요.(웃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키노트로 직접 만든 발표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그가 얼마나 즐기며 작업했는지 느낌이 온다.
발표 자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그래프와 표, 심지어 자신의 수술 사진까지 꼼꼼하게 삽입해 놓았다.
상처 크기를 줄여 환자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줄 알았더니 삶의 모든 부분에 미에 대한 가치 추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듯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가족사진에서 아내의 미모를 보니 이 예측이 적중했다는 확신이 든다. 여기서 연애도 잘하는 또 한 가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요.(웃음) 아내는 레지던트 2년차 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보고 첫 눈에 반해 1년6개월 만에 결혼까지 했어요.” 미를 추구하는 성향에 타고난 도전정신과 뛰어난 추진력으로 결혼까지 화끈하고 성공적으로(?) 골인한 것이다.
게다가 전문작가가 촬영한 듯한 가족사진마저 그의 작품이란다. 사진촬영마저 잘한다. 여기서 끝났으면 팔방미인이라 칭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 옆에 세워진 트로피는 제13회 삼성서울병원 테니스 대회 남자 A조로 대회 우승컵이다. 운동까지 잘한단 말인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그 중 테니스가 가장 좋아요”라며 말하는 그는 이 같은 다재다능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나 보다.
김 교수의 목소리 틈 사이로 들리는 첼로 연주에 ‘클래식 음악도 즐기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렇단다. 이어 “누이가 첼로연주자인데 직접 연주한 음반”이라며 세세한 작품명과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전문가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다.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으로 클래식 음악회를 즐겨 찾을 정도로 애호가다.
김 교수의 다양한 관심사를 쫓다 보니 숨이 찰 정도다.
예체능 계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미술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더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좋아하는 분야라고 답한다.
“원래 미술관 가는 것을 즐기는데 작가 중에서는 약간 상반된 느낌의 작가들인데, 칸딘스키와 샤갈 작품이 좋더라고요.”
‘뜨거운 추상’이자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꼽히는 칸딘스키는 뚜렷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한 추상 이미지의 작품을 선보인 화가다. 김 교수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화가인 마르크 샤갈은 베일에 싸인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와 표현 방식이 한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 군으로 묶기에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두 사람의 작품 모두 비슷한 화가 계열에서 보편적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 능통한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미술도 다 좋아해요. 제 가치관이 ‘중용’이에요. 무엇이든 밸런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것을 즐기게 됐지만 어느 한 쪽도 치우침이 없도록,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또 빈 곳에 좋은 것을 채우는 거죠.” 김 교수의 게시판에 걸린 문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던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을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구절이다.
우선 그의 IT 기술이 그러하다.
“버려야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죠. 어느 날 제가 너무 파워포인트에 익숙해진 느낌이어서 새로운 키노트를 시도했어요. 예쁘고, 익숙해지니 편하고, 다른 제품도 그렇게 하나하나 도전하다 보니 거의 수집 수준이 됐네요.(웃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키노트로 직접 만든 발표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그가 얼마나 즐기며 작업했는지 느낌이 온다.
발표 자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그래프와 표, 심지어 자신의 수술 사진까지 꼼꼼하게 삽입해 놓았다.
상처 크기를 줄여 환자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줄 알았더니 삶의 모든 부분에 미에 대한 가치 추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듯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가족사진에서 아내의 미모를 보니 이 예측이 적중했다는 확신이 든다. 여기서 연애도 잘하는 또 한 가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요.(웃음) 아내는 레지던트 2년차 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보고 첫 눈에 반해 1년6개월 만에 결혼까지 했어요.” 미를 추구하는 성향에 타고난 도전정신과 뛰어난 추진력으로 결혼까지 화끈하고 성공적으로(?) 골인한 것이다.
게다가 전문작가가 촬영한 듯한 가족사진마저 그의 작품이란다. 사진촬영마저 잘한다. 여기서 끝났으면 팔방미인이라 칭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 옆에 세워진 트로피는 제13회 삼성서울병원 테니스 대회 남자 A조로 대회 우승컵이다. 운동까지 잘한단 말인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그 중 테니스가 가장 좋아요”라며 말하는 그는 이 같은 다재다능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나 보다.
김 교수의 목소리 틈 사이로 들리는 첼로 연주에 ‘클래식 음악도 즐기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렇단다. 이어 “누이가 첼로연주자인데 직접 연주한 음반”이라며 세세한 작품명과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전문가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다.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으로 클래식 음악회를 즐겨 찾을 정도로 애호가다.
김 교수의 다양한 관심사를 쫓다 보니 숨이 찰 정도다.
예체능 계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미술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더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좋아하는 분야라고 답한다.
“원래 미술관 가는 것을 즐기는데 작가 중에서는 약간 상반된 느낌의 작가들인데, 칸딘스키와 샤갈 작품이 좋더라고요.”
‘뜨거운 추상’이자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꼽히는 칸딘스키는 뚜렷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한 추상 이미지의 작품을 선보인 화가다. 김 교수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화가인 마르크 샤갈은 베일에 싸인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와 표현 방식이 한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 군으로 묶기에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두 사람의 작품 모두 비슷한 화가 계열에서 보편적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 능통한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미술도 다 좋아해요. 제 가치관이 ‘중용’이에요. 무엇이든 밸런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것을 즐기게 됐지만 어느 한 쪽도 치우침이 없도록,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또 빈 곳에 좋은 것을 채우는 거죠.” 김 교수의 게시판에 걸린 문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던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을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구절이다.
원칙과 균형감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 환자의 삶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치료 연구에 주력할 것.
어떻게 팔방미인이 됐는지 그 가치관을 듣고 나니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하게만 느껴졌던 김 교수가 새삼 자신에게는 무섭게 냉정한 인물인 것으로 느껴진다.
인턴 시절 ‘점괘에서 산부인과가 나와서 전공으로 선택했다’는 농담 뒤에 실제로는 철저한 자기 분석 후 결정한 사례처럼 말이다. 김 교수는 인턴 시절 없었던 산부인과 스케쥴을 만들어 직접 체험한 후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판단 후 전공을 선택했다.
산부인과의 매력도 치료를 시작하면 확실히 일단락지을 수 있는 의사의 무기가 많이 있다는 점을 꼽을 정도로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의사로서 무엇보다 제1원칙은 치료를 잘하는 거죠. 제가 다른 것을 잘하는 것은 모두 양념일 뿐이에요. 과거처럼 비방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니까 기본적 치료가 어느 정도 평균화되었으니 다른 양념에도 신경 쓸 뿐이죠.”
그의 중용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균형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징표가 있다. 교수실 책상 위에 걸린 두 개의 이름표 묶음이다.
“학회나 세미나에 초청강연자로 나설 때 받은 이름표에요. 한쪽 묶음은 내시경 싱글 포트 관련 분야에 참석해 받은 이름표, 다른 한쪽은 부인암 분야에서받은 이름표죠. 저렇게 양쪽을 비교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한 분야의 인물로 각인되는 것이 싫고 스스로 그렇게 한쪽으로 몰릴까 봐 내린 나름의 처방이죠.”
자신의 삶에서만 그럴까. 환자 치료에서도 김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밸런스는 어김없이 드러난다.
“환자의 실제 치료 정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 그만큼 환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 시대 의사로서 해야 할 역할인 것 같고요.”
팔방미인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뒤돌아서는 필자의 머릿속에 김 교수가 말한 음악과 미술, 체육, 의료기술 등 수많은 이야기가 뒤엉킨다.
그러나 곧 그 실타래에서 한 가지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중용’이 그것이다. 김 교수와의 만남을 써내려가다 보니 그는 ‘팔방미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중용’이었다. 다시 써야 하나 생각에 처음으로 돌아갔다가 할 수 없는 일을 파악하라는 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인턴 시절 ‘점괘에서 산부인과가 나와서 전공으로 선택했다’는 농담 뒤에 실제로는 철저한 자기 분석 후 결정한 사례처럼 말이다. 김 교수는 인턴 시절 없었던 산부인과 스케쥴을 만들어 직접 체험한 후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판단 후 전공을 선택했다.
산부인과의 매력도 치료를 시작하면 확실히 일단락지을 수 있는 의사의 무기가 많이 있다는 점을 꼽을 정도로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의사로서 무엇보다 제1원칙은 치료를 잘하는 거죠. 제가 다른 것을 잘하는 것은 모두 양념일 뿐이에요. 과거처럼 비방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니까 기본적 치료가 어느 정도 평균화되었으니 다른 양념에도 신경 쓸 뿐이죠.”
그의 중용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균형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징표가 있다. 교수실 책상 위에 걸린 두 개의 이름표 묶음이다.
“학회나 세미나에 초청강연자로 나설 때 받은 이름표에요. 한쪽 묶음은 내시경 싱글 포트 관련 분야에 참석해 받은 이름표, 다른 한쪽은 부인암 분야에서받은 이름표죠. 저렇게 양쪽을 비교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한 분야의 인물로 각인되는 것이 싫고 스스로 그렇게 한쪽으로 몰릴까 봐 내린 나름의 처방이죠.”
자신의 삶에서만 그럴까. 환자 치료에서도 김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밸런스는 어김없이 드러난다.
“환자의 실제 치료 정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 그만큼 환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 시대 의사로서 해야 할 역할인 것 같고요.”
팔방미인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뒤돌아서는 필자의 머릿속에 김 교수가 말한 음악과 미술, 체육, 의료기술 등 수많은 이야기가 뒤엉킨다.
그러나 곧 그 실타래에서 한 가지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중용’이 그것이다. 김 교수와의 만남을 써내려가다 보니 그는 ‘팔방미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중용’이었다. 다시 써야 하나 생각에 처음으로 돌아갔다가 할 수 없는 일을 파악하라는 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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