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이식 환자의 딸로부터 온 한통의 메일

얼마 전 조양현 교수는 보호자로부터 받은 한 통의 이메일을 자랑스럽게 전했습니다.
인공심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따님으로부터 온 감사 편지였습니다.

보호자는 조 교수를 믿고 의지하게 되어 더 이상 울지 않을 수 있었고,
힘든 중환자실에서의 시간동안 틈틈이 웃을 수도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에게 감사해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의사도 잘 치료받고 살아준 환자 그리고 곁의 보호자에게 마음깊이 감사함을 느낍니다.

의사를 춤추게 하는 것은 환자 그리고 보호자의 칭찬입니다.

 

진짜 퇴원을 하는 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들의 수많은 퇴원들을 지켜보면서 처음엔 부럽다가 언젠가 부터는 무감각해져버린 저의,
기쁨보다는 불안함과 걱정이 앞서는 엄마의 퇴원을 대하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무더웠던 막바지 여름.
지난 20년 가까이 너무도 익숙했던엄마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과 반복되던 응급실행 또 중환자실로의
 
많이 겪었던 일들이었지만 이번엔 느껴지는 뭔가가 달랐습니다.
아마 자식으로서 감지할 수 있는 내 엄마의 마지막을 느꼈던 것이겠지요.
 
왜인지 이번에는 못 들을 것 같았습니다.
그 동안 항상 들어왔던 잘됐다이번 고비는 넘겼다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무렵 저의 눈은 항상 빨갰습니다.
16그 곳 선생님들의 얼굴만 보면선생님들의 말 한마디만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리 죽고 못사는 사이도 아닌데이 나이 먹도록 난 아직도 엄마와 헤어질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구나
 
그 날도 그랬습니다.
아침회진을 오시지 않은 의사 선생님을 목빠지게 기다리면서
엄마의 구토가 제발 멈추어주길그래서 이번 한번만 넘어가주길다음번엔 정말 의연할테니 이번 딱 한 번만
 
그때 제 앞에 나타난 수술복 차림의 낯선 의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말기 심부전 환자, 약물치료 실패, , 인공심장 수술..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말하는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말붙이기 어려운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는 다른 조곤조곤한 말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너무 바빠보여 질문하는데에 죄책감마저 들게 만드는 제가 알아왔던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에게서와 달리
30여분 동안의 대화내내 묻어나오던 여유로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는 이것들을 배려라 하겠습니다.
환자들을 위해 또 보호자들을 위해 의도했든 혹은 그저 타고난 성품이든 말입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았던 것도또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게 된 것도
 
가장 힘들었던 중환자실에서의 긴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때때로 만신창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는 쿵 떨어진 가슴이
선생님의 잘 되고 있다는이건 과정이며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말씀에 진정되었고
절망이 느껴지는 순간조차 여유로운 표정으로 희망을 말하는 선생님을 보면서는 위로를 받았으며,
엄마에게 직접 요거트를 떠먹여 주시는 모습을 볼 때에는 고마움과 감동에 울컥하기도 했었습니다.

가족 중 누구라도 엄마의 상태를 묻는 질문 다음에 하는 말은 언제나,
조선생님은 만났어뭐라셔?’ 였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선생님은 저희 가족들의 대화에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이었으며,
면회시간에 또는 회진시간에 한마디 말이라도 들어야만 가족 모두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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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집스럽고 손 많이 가는 환자인 엄마에게 아들처럼 손자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엄마와의 시간을 더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선 공수표란 단어를 쓰셨지만 저희에겐 희망이었던,
그래서 틈틈이 웃을 수 있었던 모든 말씀들과 모든 행동들에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 가족은 남은 시간동안 준비를 하겠습니다.
비록 그 시간이 저희의 바람보다 짧다 하더라도엄마를 비롯한 저희 가족 모두가 후회하는 일 없이,
훗날 2016 9월의 그 선택을 돌아보며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서로가 한마음으로 머리 끄덕일 수 있도록
행복하게 잘 헤어지는 준비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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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 2016 12월 이동림 환자의 딸이 칼 든 천사’ 힐링닥터 조양현 선생님께 
 

P.S. 참으로 이상한 법 때문에 고마움조차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없어 이렇게라도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 글을 보실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혹시 못 보시더라도 저희의 마음은 꼭 전해질 거라 믿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셔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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