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IS BRAIN!', 뇌졸중(뇌경색)과 시간의 사투를 벌이다! /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종원 교수

뇌졸중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TIME IS BRAIN’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알 듯 모를 듯하다는 표정을 짓자 정종원 교수가 말을 이었습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시간이 지날수록 뇌신경 세포들이 죽고 뇌조직이 괴사하거든요.

얼마나 빨리 혈관을 다시 뚫어주느냐에 따라 뇌기능의 보존과 회복이 달린 거죠.

 

뇌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뇌졸중(뇌경색)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종원 교수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뇌혈관 막힌 탓에

뇌조직이 괴사하는 뇌경색

 

뇌경색에 걸리면 건강 수명이 5년은 줄어든다고들 해요.

 

갑자기 맞는다는 뜻의 '졸중(卒中)'에서 알 수 있듯이, 뇌졸중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사람도 일격에 덮치는 뇌혈관 질환입니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뉩니다. 둘 다 뇌기능에 심대한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정종원 교수는 뇌졸중 중에서도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전문 분야입니다.

급성으로 뇌경색이 생겨서 응급실로 오는 환자의 뇌혈관을 최대한 빨리 뚫어서 재개통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예요. 또 하나는 뇌경색 위험이 높은 분들의 1차 예방을 위해서 사전에 개입하고 조정하는 것이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도록 하고 처방도 내려요. 셋째로는 이미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2차 예방이에요. 아스피린을 포함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등 약물치료를 하면서 더 이상 뇌경색을 겪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도 제가 하는 중요한 일이죠.

뇌혈관이 막힌 탓에 뇌조직이 괴사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경우를 '뇌경색'이라고 합니다. 반면 뇌혈류가 다시 공급되어 뇌조직의 괴사 없이 뇌기능이 회복되면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고 부릅니다. 둘 모두를 통틀어 큰 의미에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뇌혈관의 순환장애로 인한 뇌기능의 영구적 손상 내지 일시적 이상을 뜻하며, 운동마비, 감각이상, 의식장애 등을 수반합니다.

 

흔히 'FAST'라고 해서, 얼굴 한쪽으로 마비(웃을 때 얼굴의 좌우 모양이 다른 경우)가 있거나(Face),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마비되는 경우(Arms),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Speech) 등이 대표적인 뇌경색의 증상이며, 이때는 즉시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야 한다(Time)고 설명합니다.

진짜 뇌졸중이냐, 아니면 그냥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탓에 생긴 증상이냐는 신경과 의사가 진찰하고 신경학적 검진을 해봐야 하죠. 하지만 이제껏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바로 응급실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처음 겪는 편측 증상 생기면,

바로 응급실로!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개선됐어요. 10년 전 설문조사에서는 한쪽 마비 등 뇌졸중 증세가 있을 때 절반 정도만 병원 응급실에 간다고 했거든요. 3년 전쯤에는 80% 이상 90% 가까운 비율이 바로 응급실로 간다고 답변했어요.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죠.

몸 한쪽으로 평소에 전혀 경험하지 못한 증상, 생애 처음 겪는다 싶은 증상이 생기면 바로 119를 불러서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증상이 발생한 지 3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도록 해야 합니다.

혈관이 막혔을 때 할 수 있는 치료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정맥으로 이를테면 ‘뚫어 뻥’ 약을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약으로도 안 뚫릴 때 동맥을 통해 들어가서 직접 혈전을 꺼내는 것이죠. ?경정맥 혈전용해술은 4시간 30분 이내에 온 환자에게만 적용하도록 돼 있어요. 그 이후에 시행하면 뇌출혈의 위험이 높거든요. 경동맥 혈전제거술은 환자에 따라 24시간 이내까지도 허용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도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무엇보다 병원에 되도록 빨리 오는 일이 관건이죠.

우리나라는 응급의료 서비스 체계가 잘 돼 있는 편이라서 119에 연락하면 혈관 재개통 치료를 할 수 있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줍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뇌졸중 집중치료실 인증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인증받은 80여 개의 병원 중 하나라면 응급환자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이 유리합니다.

119에 연락하는 요령을 알려드리자면, 우선 환자가 현재 있는 곳, 그러니까 주소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해줘야 해요. 다음으로 증상을 간결하고 빨리 밝혀야 해요. 갑자기 왼쪽으로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말이죠. 대개는 긴 도입부에 불필요한 정보까지 장황하게 말씀하시거든요. 이렇게 증상을 정확하게 알리면 119 대원들도 미리 이송할 병원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어요.

 

 

 

일과성 허혈 발작은 경고 신호!

증상 사라졌더라도 응급실 가야 해

 

일과성 허혈 발작은 뇌경색과 증상이 같아요. 곧 뇌경색이 닥칠 위험이 있다는 경고 신호로 봐야죠. 뇌혈관에 좁아진 부분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는 피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거든요. 가령 그 상태에서는 팔 힘이 약간만 빠지겠지만, 혈관이 꽉 막혀서 뇌경색이 오면 팔을 아예 못 움직이게 되는 거죠.

 

일과성 허혈 발작은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기로 하는데, 전조증상이 가볍게 오는 데다 서너 시간쯤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분 만에 멀쩡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응급실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거롭고 피곤한 일로 여겨지는 데다 무엇보다 비용 걱정이 크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오시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괜히 자녀들 고생시킬까 봐 그냥 지나치는 환자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는 거죠.

경고 신호가 왔을 때 제대로 검사를 해서 원인을 찾고 예방하는 약을 쓰면 그냥 거기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가볍고, 병원을 찾기가 귀찮거나 부담된다는 이유로 방치했다가 나중에 감당하기 버거운 사태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약하게 전조증상이 온 것을 행운이자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응급실에 온다고 무조건 모두 다 MRI를 찍고 비싼 검사를 하지는 않아요. 전문의가 진찰해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으면 간단한 CT 검사만 확인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거든요. 반대로 증상은 가벼워도 혈관이 막혔을 가능성이 높으면 추가 검사를 해서 확진하는 것이고요.

따라서 증상이 가볍든, 살짝 지나갔든, 몸 한쪽으로 갑자기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뇌경색 증상, 조금씩 회복될 수 있어

급성기부터 재활까지 팀으로 함께 치료

뇌경색은 초기에 치료를 잘하면 완벽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에요. 손상된 뇌세포 자체가 되살아나지는 않지만 주변 뇌세포들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아서 하기 때문에 뇌기능은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죠.

정종원 교수는 뇌경색이 조금씩 회복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발병 초기 3개월에 특히 많이 좋아지고, 그 뒤로 길게는 5년까지도 증상이 서서히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난 이제 끝났구나, 아이들 고생만 시키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속 서서히 좋아지는 병이에요. 2차 예방을 잘하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면 분명 좋아질 수 있어요.

옛날에는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의학이 발전하고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통합치료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팀이 함께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응급실에서는 응급의학과와 같이 환자를 치료하고, 혈관 재개통 시술이 필요하면 영상의학과와 협진하며,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여러 검사실과 같이 원인을 찾고,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에는 재활의학과와 함께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이죠.

 

 

 

뇌경색 부르는, '경동맥 협착증'

 

경동맥 협착증은 말 그대로 경동맥(목동맥)이 좁아지는 것입니다. 혈관 벽에 지방이 쌓여서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 동맥경화로 인해 생깁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젊은 사람에게도 많이 발견되는 편입니다.

경동맥이 막혀서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지거나, 그것보다 더 많게는 경동맥 벽에 낀 지방 조직이 떨어져 나가 뇌의 작은 혈관을 막아버리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

허혈성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경동맥 협착증도 반드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로 좁아진 여부와 정도를 알 수 있고, 고지혈증에 대한 약물치료와 규칙적 운동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동맥이 아주 많이 막혔으면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수술로 동맥경화반을 제거하기도 해요.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막히지는 않아서 고지혈증 관리를 잘하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경과를 보게 되죠.

만약, 경동맥 협착이 중등도 이상이면 머리 안의 혈관을 자세히 보는 검사를 시행합니다. 경동맥은 동맥경화가 초반에 생기는 큰 혈관이라서 여기에 협착이 있다는 것은 머리 안 혈관에도 협착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안 혈관을 검사해서 필요하면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인 약제를 선정, 처방하게 됩니다.

 

 

좋아졌다고 고마워하는 환자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들어

환자에게 본인을 살려주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준 의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모든 의사들이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정종원 교수는 고비를 무사히 잘 넘긴 환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외래 진료에서 만나는 환자가 많고 새로운 얼굴들이 계속 늘어나지만 5년쯤 지나면 낯이 익고 이름도 기억나면서 제법 친해진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직접 키운 배추 세 포기를 가져다주셨던 할머니가 기억나네요. 실은 제가 아주 많은 도움을 드리지는 않았어요. 뇌졸중은 서서히 저절로 좋아지는 부분이 꽤 있죠. ‘고맙다, 날 살렸다’며 정감 어린 인사를 건네는 환자분들을 대할 때면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정 교수는 어디에서 이 나이에 어르신들한테 '고마운 선생님'이라는 인사를 들을 수 있겠냐며 그만큼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뇌졸중을 전문분야로 하게 된 까닭도 따지고 보면 비슷합니다.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80대 할아버지가 응급실로 오셨어요. 자녀와 손주까지 온 가족이 혼비백산해서 몰려오셨죠. 우시는 분들도 있고 하여튼 정신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저는 신경과 전공의 2년 차였는데 밤에 혼자 있었거든요. 제가 치료를 결정하고 시술, 투약까지 다 해야 했죠.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고 말을 못 하면서 오른쪽 마비가 심한 증상으로 봐서 뇌졸중이었어요. CT를 찍어본 후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제를 주입했더니 멀쩡해지셨죠. 환자와 가족으로선 하룻밤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잖아요. 그날 그렇게, 뇌졸중을 치료하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진료와 연구 측면에서 미지의 영역이 아직 많다는 생각에 신경과를 전공으로 택했지만, 정작 오늘까지 정 교수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환자를 직접 구한 그날의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것도 의사가 할 일!

 

정종원 교수는 거창하게 진료 철학 같은 것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마음에 새겨두고 늘 되돌아보는 두 가지 원칙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환자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일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는 환자가 100명이라면 실제로 높은 뇌졸중의 위험이 있는 분들은 20명이 채 안 돼요. 요즘은 여러 가지 검사기법이 발전했고 관련 연구들도 많이 있거든요. 위험성을 정확하게 잘 분석할 수 있죠. 그런데도 지나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아주 많은 편이에요. 환자를 안심시키는 일이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환자분들을 안심시키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죠.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이 한 마디에 평생 마음을 졸이게 되는 것이 환자를 비롯한 보통 사람의 심정이고 처지입니다. 정종원 교수는 그걸 잘 헤아려서 말 한마디도 무심결에 뱉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모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증과 중증의 구분은 있지만,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은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저한테는 모두 다 똑같은 환자일 뿐이에요. 유력 인사든 시골 할머니든 모든 환자는 평등하다고 생각해요.


갑작스레 닥친 뇌졸중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심대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심하면 사회적 활동은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혼자 꾸려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두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불운하게도 이미 한번 겪었다면 또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욱 클 것입니다. 미리 예방하거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희망과 용기를 주면서 잘 챙겨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든든하겠죠? 정종원 교수도 분명 그 바람과 기대에 적극 부응하려는 의사 중 한 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계속 힘써 달라는 부탁과 응원의 박수를 정종원 교수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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