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 적극적인 연구와 치료로 췌담도암의 해답을 만들어가는 소화기내과 이규택 교수

 
 
 
 

 

이제서야 모처럼 먼 하늘을 올려다 봤습니다. 
 
며칠 전 하늘나라로 보내 드린 아버지가 벌써 그립습니다. 
그러면서 교수님 얼굴이 떠 오르네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직도 병실에 누워 계신 것 같습니다. 응급실에 오셔서 만7개월을 입원해 계셨던 아버지, 소화기내과 이규택 교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 없이는 이 오랜 병상 생활이 힘들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간 교수님 덕분에 아파 오시면서도 한 번의 고통이나 통증없이 잘 지내셨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입원기간동안 아버지께서는 참 많이도 행복해 하셨습니다. 회진 오실 때마다 늘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저희 아버지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 주시던 교수님이 계셨기에 아버지는 목젖까지 훤히 보이실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생각하니 뭉클해지며 또 다시 가슴이 저며 옵니다. 
 
"저 교수님은 오실 때마다 꼭 손도 잡아 주시고 참 자상하신 것 같아."라며 주위 환자분들이 부러워하셨습니다. 
 
친부모님처럼 교수님께서 마음을 다해 보살펴 주셨기에 아버지는 긴 투병 생활을 잘 이겨내셨다고 봅니다. 
 
자녀 이름을 간혹 혼동하시고 가끔은 섬망증이 찾아와 과거에 머물러 계실 때에도 교수님 성함 만큼은 제일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지요. 
 
힘들어 하시던 며칠간...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찾아 주셔서 보살펴 주신 점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아버지를 잃는다는 슬픔보다도 교수님께서 찾아 주신 그 모습에 저희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 어찌 이런 기억들이 한 둘이며 교수님께 감사 한 일들이 이 글로써 다 표현이 되겠습니까. 훌륭하신 의술과 함께 애정을 갖고 따뜻한 마음으로 저희 아버지를 보살펴 주신 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입니다. 교수님 만난 걸 정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교수님.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한 보호자로부터 도착한  편지 내용 속에서처럼 연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의 병동을 방문해 두 손을 꼭 잡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던 한 의료진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이라는 질환은 결국 한 아버지의 삶을 마무리짓게 했다. 
 
그리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결국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췌장암은 그만큼 치료하기가 힘들며, 진단은 곧 사망선고와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정말 희망은 없을까? 
 
 
 
 
 
췌장암을 비롯한 각종 췌장 질환과, 그 위치나 기능적으로 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담낭 질환을 담당하는 소화기내과 이규택 교수를 만나 췌담도 질환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담낭질환이 늘고 있다!
제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합병증으로 인한 패혈증을 막는 것!
 
 
 
아직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췌담도 질환 중 가장 우리에게 인지도가 높은 담석부터 접근해보기로 했다.
 
담낭은 간에 부속된 기관으로 길이 약 9cm, 용량 40~70ml 정도 크기로 간우엽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담낭과 담관을 총칭해 담도계라고 하며, 간에서 배출되는 담즙을 농축하고 저장,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간에서 생산하는 담즙은 담도와 담낭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는데, 음식물의 소화, 콜레스테롤의 대사,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정상인의 담즙은 물과 같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어떤 원인으로 찌꺼기가 생기고 뭉쳐져서 단단한 결석이 형성되는 것을 담석이라고 한다. 
 
 
 
 
 
“담석 질환은 4~5% 정도의 유병율을 보이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훨씬 많고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등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또 현대인들의 식습관 변화로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원인입니다. 담석증의 증상은 무증상도 있지만 심한 통증이 특징인데요. 위궤양이나 위염처럼 일시적으로 살짝 아픈게 아니라, 돌이 걸리면 최소한 30분 이상 계속 아프다가 돌이 살짝 옆으로 움직여서 수축해 빠져 나가면 부풀었던 담낭이 쑥 들어가면서 통증도 싹 가라앉습니다. 일반적인 복통과는 달리 극심한 통증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죠. 이런 돌에 의한 통증은 저희가 환자 병력을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내시경 시술로 담석을 제거하는데, 특히 간외 담도 담석의 경우 대부분 내시경을 삽입해 제거한다. 
 
담낭에 있는 돌은 복강경을 이용해 담낭과 담석을 모두 제거하는 담낭 절제술을 합니다. 담낭 자체가 망가져서 돌이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에 담낭 자체를 절제하는 거죠. 예전에는 개복 수술을 했지만 요즘은 복강경 수술로 환자들이 편하게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담도에 내려와 있는 돌은 내시경을 이용해 꺼내는 시술을 하고요.”
 
담낭 안에 결석이 생겼으면 결석 제거만 해도 될 것 같은데 담낭 자체를 절제한다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담낭 자체를 절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까. 
 
“환자분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사실 담즙은 담낭에서 만드는게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담즙은 간에서 담낭관을 통해 담낭에 들어가 저장된 후 식사를 하게 되면 담낭이 수축되면서 배출되는 거죠. 그러니까 담낭은 담즙을 저장하는 기관으로, 저장할 때 농도를 진하게 농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담낭이 없으면 담즙은 나오지만 묽은 담즙이 나옵니다. 이런 경우 지방질이나 콜레스테롤을 흡수하는데 장애가 좀 생깁니다. 그래서 담낭 절제술을 한 분들은 고지방 음식을 자제해야 하지만요. 만약 어쩔 수없이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소화가 힘든 음식을 먹을 때는 미리 소화제를 복용하는 등의 유의사항만 지키면 일상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담석증 자체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바로 합병증이라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의 소화기내과가 빛을 발하는 부분도 이런 합병증으로 인한 응급 상황에서다.
 
담석이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합병증으로 담관염이 발생하거나 황달, 심한 경우 패혈증이 생기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담도에 돌이 있어서 막혔는데 48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패혈증에 빠져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담낭에 있는 돌들이 흘러 내려서 담도에 걸리는데, 담도는 밑으로 빠져나갈수 있는 구멍이 없어요. 그러면 담도가 꽉 막혀서 담즙이 밑으로 배액을 못하기 때문에 담도가 늘어나고 담즙이 정체되니까 주변에 세균이 감염되면서 패혈증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런 경우 보통 응급실을 찾게 되는데, 소화기 내과에서는 내시경 시술로 담즙 배액부터 한 후에, 담석을 꺼낸다. 분명 내과지만 외과 이상으로 생명이 오가는 급박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합병증을 피한다고해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담석 질환을 오래 앓은 경우 담낭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담낭 안에 있는 돌이 계속 움직이면서 벽에 자극을 주면 담낭벽이 두꺼워지면서 담낭암 발병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 담석질환을 오래 앓았던 분들은 건강 검진을 통해 꾸준히 확인을 해야 합니다.”
 
 
 
▒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췌장암,
성적은 높아졌지만 조기진단을 위한 연구와 치료는 절대 멈출 수 없다!
 
 
 
 
췌장 질환 중에서도 췌장암은 예후도 좋지 않고 진단도 어려운 암에 속한다. 췌장은 복강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위의 뒤쪽에 좌우로 걸쳐 있다. 길이는 약 15cm, 넓이 3~5cm, 두께 약 2cm, 중량 60g 정도의 부드러운 조직으로 되어 있다. 췌장의 중심을 통과하는 췌관은 총담관과 합류해 십이지장으로 통한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당뇨를 조절하고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기능을 하는데, 세포 구성이 복잡해서 여러 가지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진단도 치료도 힘든 암에 속하지만, 그래서 소화기내과 의료진의 노력 또한 두 배 세배로 많아진다.
 
 
 
 
 
 
“췌장암에 대한 의료진의 노력은 우선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겁니다. 현재 췌장암 환자들에게서 좀 더 일찍 암을 발견할 수 있는 항암 표지자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췌장암 환자들의 조직을 모아 실제로 같은 암이라도 췌장암에 특징적으로 반응하는 항암표지자를 찾는 겁니다. 그리고 검사 방법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방사선 위험이 따르는 CT를 일년에 여러 차례 찍을 수 없으니까 췌장에 있는 병변을 영상 기기로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MRI도 점점 더 기능이 좋아지고 있고, 내시경 끝에 초음파가 달려있는 초음파 내시경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병변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초음파 내시경으로 조직을 떼 내어 검사도 할 수 있고요.”
 
최근엔 췌장암의 치료 성적도 높아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초기에 발견을 해야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을 해야 완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술 외에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보조적인 통증 조절 치료나 황달 배액술을 하며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 곧 돌아가실 것처럼 심하게 낙담하면서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들도 점차 개발되고 있고, 수술 외의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 생활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으니까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 환자 중에서도 항암치료하면서 암이 더 퍼지거나 발전하지 않고 2년동안 재발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분이 계십니다. 주변에도 자신이 암환자인지 모른다고 하시면서,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와서 약물치료 받고 상담받고 가시죠.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 “절망하거나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저는 희망을 믿고 더 나아갈 것입니다.”
 
 
 
이규택 교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지만, 사실 담낭 질환도 췌장 질환도 모두 만만히 볼만한 대상이 아니다. 진단도 치료도 힘든 질환인데다 환자들을 다독이며 치료에 응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항상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은 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내시경 시술로 내 환자 상태를 호전시켜줄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췌장암 환자나 담도암 환자가 문제가 생기는 건 대개 췌장 머리에 있는 암에 의해서 담도가 막혀 생기는 황달입니다. 황달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배액이 안돼서 눈도 노래지고 간기능 부전증에 빠지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심각한 증상인데요. 과거에는 이 황달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밖에서 관을 뚫어서 밖으로 빼거나 내시경으로 스탠트나 배액관을 삽입해 황달을 배액하는 치료를 하죠. 훨씬 간단하고 환자한테 부담이 없고 편한 시술입니다. 말기암 환자라고 해도 황달이 있을 때 손쉽게 내시경으로 배액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고통을 즉각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죠. 내과 의사지만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현장에서 결과를 바로 확인할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이예요.
 
 

 

그래서 그는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자, 연구와 진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이규택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점점 늘고 있는 췌장 낭종이다. 췌장에 생기는 낭종은 악성이 아니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 면밀하게 추적 관찰을 해 보다가 악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으면 절제 수술을 하는데 다행히 예후는 아주 좋은 편이라고 한다. 
 
췌장의 낭종성 병변은 일부는 암으로 진행하지만 빨리 진행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만 잘하면 완치되는 경우도 많아서 예후도 좋고요. 그래서 췌장에 낭종성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계속 추적 검사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암이 더 잘 발생하는지를 밝혀서 환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치료 관리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자료를 정리하면서 논문도 쓰고 있죠.”
 
내과 의사지만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고 호전되는 모습을 확인할 때 보람이 크다는 이규택 교수. 환자들을 진료하며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오다 환자들을 통증과 불편함에서 해소시켜줄 때마다 힘든 췌담도 분야를 선택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아직 다른 암에 비해서 갈길은 멀지만, 그만큼 이규택 교수의 노력과 열정은 빛을 발할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진행중인 연구와 함께 췌담도 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췌담도 질환의 미래에 희망이란 두 글자가 자연스럽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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