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돈으로 사면 안되는 이유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매년 기부의 날 이스라엘 고등학생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암 연구와 장애아동 돕기 등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인다. 경제학자 두 사람은 재정적 인센티브가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하면서 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A그룹에게는 모금활동 전에 명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간단한 강의를 듣게 했다. B그룹과 C그룹에도같은 내용의 강의를 들려주었지만 학생들이 모집한 금액에 대해 각각 1퍼센트와 10퍼센트씩 금전적 보상을 지급했다.(보상금은 기부금이 아니라 별도의 자금에서 제공) 
 
세 그룹 중 어느 그룹 학생들이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았을까?
 
보상금을 전혀 받지 않은 A그룹이 모은 기부금이 1퍼센트의 커미션을 받은 B그룹보다 55퍼센트, 10퍼센트의 커미션을 받은 C그룹보다 9퍼센트 많았다. C그룹의 실적은 B그룹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A그룹보다는 낮았다. 


실험2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에서...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벌금을 도입했는데 
 
오히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부모들은 벌금을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여겼다...그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이 약 12주 후에 벌금제도를 없앴지만 아이를 늦게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는 늘어난 상태 그대로였다.
 금전적 지급으로 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가 잠식당하고 나자 과거의 의무감을 되살리기는 어려웠다.


실험3

메사추세츠주 워체스터에 위치한 한 도심 학교에서는 선별된 우수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AP 수업을 개방하고 랩 가수가 등장하는 포스터로 학생을 모집하면서 ‘릴 웨인 같은 래퍼를 좋아하고 힙합바지를 입는 학생들이 매우 어려운 내용의 수업을 듣는 것 자체를 멋져 보이게’ 만들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학업 성취를 이루도록 돈으로 학생들을 매수해서가 아니라 학업 성취와 학교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12-


* AP수업: 미국에서 고등학생이 대학 진학 전에 대학 인정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고급 학습 과정

돈으로 사면 안 되는 이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졌습니다.돈을 내면 놀이공원에서 합법적인 새치기가 허락되고(유니버설 스튜디오의 Front of Line Pass), 나를 대신해서 밤새 줄을 서주는 직업(Line Standers)도 있습니다. 
친구 결혼식에서 들려줄 멋진 맞춤형 축사를 구입할 수도 있고, 결혼식 하객들을 원하는 수만큼 살 수 있으며, 심지어 돈을 지불하면 내 대신 고백이나 사과를 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사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에서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상금이 학교 성적을 올리는데 힘을 쓰지 못하고 벌금이 줄이고 싶은 행동을 오히려 늘어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돈이라는 금전적 보상이 자발적으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려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똑같은 행동이라도 돈을 위한 노동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입니다. 돈이 끼어드는 순간 소중한 의미가 빠져나가버리는 것이지요.
 
상금으로 아이의 동기를 자극하려는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상금은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얄팍한 자극은 될지언정 아이가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가르칠 기회를 날려버립니다. 언뜻 보기에는 돈을 주고 산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돈만 쓰고 정작 원하는 것은 얻지 못했거나 알맹이가 빠져나간 껍데기를 사들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시간이 더 걸리고 힘은 들더라도 그 일이 ’왜 멋진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 근사한지’를아이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가 원하는 바로 그 행동이 진정 아이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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