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박경순 칼럼> 중2병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고, 잔소리 한다고 부서져라 방문을 닫아 잠가버리는 아이들, 출처를 알 수 없는 은어와 욕설을 추임새로 달고 사는 아이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아이돌’ 그룹 쫓아 다니고,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이들, 갑자기 외모에 신경을 쓰고, 성형을 하겠다고 우기는 아이들, 학교가 맞지 않는다고 검정고시 보겠다는 아이들, 부모형편 고려하지 않고 유학 보내 달라고 하는 아이들,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PC방으로 등하교하는 아이들,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끔찍하게 싫어하면서, 성인이 되어도 아빠가 용돈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배웠다. 호르몬의 변화와 제 2의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배웠다.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시기라고 배웠다. 요즈음은 ‘중2병’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게 들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이것이 중2병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사춘기가 오는 시기도 훨씬 빨라졌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겁다.

중2병이 사춘기에 겪을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혼란과 성적과 입시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강압적인 요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이상행동들이다.

그런데 왜 하필 중2인가. 초등학교 때는 성적과 입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고, 어린이로서 여러 가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시기이다. 
중3이 되면 성적과 고교입시라는 현실이 바로 눈앞에 닥쳐있다. 반항보다는 주로 현실과 타협하는 쪽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맞이하게 될 기니긴 입시라는 ‘입대’를 앞둔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중2병은 자연히 수그러든다고 한다. 입시라는 현실이 있기도 하고, 마치 전염병처럼 앓고 지나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본 아이가 아닌 것 같다’. ‘난폭해졌다’,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하는 것이 부모들의 반응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위태해 보이고, 세대 차이의 간극을 매우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일만 아니라면 
기다려주는 것도 지혜이다. 

구체적인 갈등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은 자녀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에서 기본은,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독립을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미덥지 않아도 인격을 존중해주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해결책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대화의 창구를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사춘기라는 진동이 시작되면 시계추가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시계추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흔들림이 필요하다. 그 반경이 차츰 작아진다면 그 이상 고마운 일은 없다.

[약력]
박경순 교수, 서울여자 대학교 특수치료 전문대학원 
미국 NYU Psuchoanalytic Institute에서 정신분석 훈련
- 주요저서 : 엄마 교과서,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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