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김계현칼럼> 나는 자녀를 이런사람으로 기르고 싶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자녀를 가진 사람으로서 내 자녀가 나중에 이러이러한 멋진 사람으로 자라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자녀에 대한 긍정적 바램을 가지는 것은 부모로선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바램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았을 때 그 그림의 내용은 부모 각자가 다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오늘은 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즉 각자의 자녀상(像)에 대해서 알아보자.

부모 J씨가 있다. 이 분이 “멋진 자녀상”을 그리는 방식은 이러하다.
이분은 자녀 한 사람은 ‘의사’를 하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변호사’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자녀상을 그린다.
자녀상을 직업으로 그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직업, 선망하는 직업, 지위가 높은 직업으로 자녀상을 그리는 경우이다.
이 글의 독자 중에 일부는 바로 부모 J씨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녀상을 그렸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런 방식의 자녀상을 “직업지위형 자녀상” (직업지위의 j발음을 따서 간단히 J형 자녀상)이라고 이름 붙이겠다.
즉,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을 통해 자녀의 모습을 그린다는 의미이다.

다음, 부모 P씨가 있다. 이분은 자녀의 생김새, 성격, 취미 등을 내용으로 자녀상을 그린다.
이분이 그린 자녀는 예쁘고 잘생겼으며 키가 늘씬하게 크고, 상냥-친절하면서도 당당하여 자신감 넘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닌 자녀의 모습을 그린다.
역시 독자 중에는 바로 이 P씨와 같은 방식으로 자녀상을 그리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녀를 이렇게 그리는 방식을 “사람생김새 자녀상” (사람 즉 person의 머릿자를 따서 간단히 P형 자녀상)이라고 이름 붙인다.
즉, 자녀가 행동하는 모습,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성격적인 측면 등 사람의 모습을 중심으로(겉모습+속모습) 자녀상을 그린다는 의미이다.

독자 자신은 J형으로 자녀상을 그리는가, P형으로 자녀상을 그리는가? 아니면, “나는 두 가지 방식 모두 사용한다”라고 대답할 것인가?
여기서는 좀 단순화시켜서 (1) J형에 가까운 사람, (2) P형에 가까운 사람, (3) J와 P 중간형 세가지 타잎으로 설명해보겠다.

자기자신이 J형에 가깝다, 혹은 P형에 가깝다고 분명하게 대답하는 독자들께는 설명도 간단하고, 조언도 간단하다.
즉, J에 가까운 분은 P를 좀 의도적으로 보강하고, 반대로 P에 가까운 분은 J를 좀 의도적으로 보강하면 된다.
그런데 “둘다”라고 대답한 분에 대해서는 설명도, 조언도 다소간 길어져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100% J, 100% P 즉 오로지 직업지위 개념으로만 자녀상을 그리거나,
아니면 오로지 사람의 모습으로만 자녀상을 그리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J와 P를 혼합해서 자녀상을 그린다.
다만, J와 P의 혼합비율로 볼 때 어느 쪽이 더 강하냐, 많으냐가 분명한 사람이 있는 반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J와 P의 혼합비율이 분명치 않은 경우, 그 부모가 그리는 자녀상이라는 그림은 어떤 모습을 띄게 될까?
간단히 말하면, 이 부모가 그린 자녀상은 “흐릿하다”. 두 요소 즉 J요소들과 P요소들이 혼합되어서 좀 난해한 그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닌 그림, 인물화도 아니고 풍경화도 아닌, 그림의 내용과 주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그림이 떠오르는 것이다.

자녀상이 흐릿한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이런 부모는 그림을 두 장 따로따로 그려야 한다.
J와 P를 섞어서 하나의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말고, 그 대신에 J중심의 그림 따로, P중심의 그림 따로 별도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권한다.

물론, 사람의 모습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J요소와 P요소를 동시에 다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이미지 즉 상(像)을 떠올릴 때 그 두 가지 종류의 요소를 혼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극히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지 즉 상으로 떠올리는 것은 사진에 비유하면 “스틸 사진”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러 요소들을 한꺼번에 다 담으려면 한 장의 스틸 사진으로는 부족하고 “동영상”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는데,
이미지와 관련된 우리의 인지 기능은 그런 방식으로 되어져 있지 않다.

조언을 간단히 재정리해보자.
J그림만 그린 사람은 P그림을 한 장 더 그려본다.
P그림만 그린 사람은 J그림을 한 장 더 그려본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사람은 J그림과 P그림을 한 장 씩 따로 그린다.
(J요소와 P요소가 섞여서 그림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약력]
김계현 교수,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 상담심리학, 교육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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