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자녀양육 <김계현칼럼> 인성교육, 게다가 인성평가라니?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금년에 우리나라 교육계에 기억되는 하나의 사건은 ‘인성 평가’를 준비시켜주는 사교육 프로그램의 번성일 것이다.
여기서 인성이란 한자로는 人性이라고 쓰며 영어는 personality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인성은 종종 인격이나 인품, 품성 등과 유사어로 사용되며,
심리학에서는 성격이라는 단어와 혼용되기도 한다.

인성, 사람 됨됨이, 품성 등은 그 자체로서 이미 그 단어 안에 ‘평가’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그 사람 된 사람이다”, “ 그 사람 품성이 못되었다” 등
우리는 인성의 개념으로 개인을 평가하는데 아주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대학 입시나 취업 시험에서 사용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자기의 평생 제자를 선발하는 대학 교수들의 입장, 그리고
자신의 부하 직원이나 동료 직원을 선발하는 직장 선발권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지원자의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인성의 측면까지 평가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누구도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늘의 주제는 인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수험생의 입장, 수험생 부모의 입장, 그리고 그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은 사범대학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입시에서 “인성 평가”를 해 왔다. 간간이 “어떻게 사람의 됨됨이를
그 짧은 시간에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인성 평가 자체를 불신하는 비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사범대학의 입시에서
인성 평가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그 평가 방법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인성 평가의 필요성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입시에서 면접을 통한 인성 평가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에 이루어진다. 기업체 혹은 공무원 시험 등에서는 다양한 면접 기법들을
동원하여 좀더 다양한 환경과 조건을 활용하고 좀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좀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비해서,
대입시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대학교수들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평가와 판단을 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즉, 면접이 예전처럼 “형식적이고”, “요식행위적인” 것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면접 평가에서 분명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면접관은 무엇을 근거로 평가를 하는가? 면접관은 자신이 귀로 들은 것(=수험생이 말한
내용 및 말하는 목소리 등) 자신이 눈으로 본 것(수험생이 표정, 손발 등의 움직임이나 경직됨, 앉은 자세, 걸음걸이 등 수없이 많음)을
근거로 하되, 들은 것과 본 것을 종합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면접관의 최선의 오감(五感)과 인지 능력, 판단 능력,
직관력 등을 총동원한다.

면접시험에 오면서 사전에 예상 질문을 생각해 보지 않는 수험생이 있을까? 예상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미리 연습해
보지 않는 수험생이 있을까? 이는 면접 대비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누구나 다 하는 준비 행위이다. 그래서 면접관들은 수험생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을 질문하는 기법을 활용하곤 하는데 수험생들은 그것마저도 사전에 준비하는 철저함으로 대처하고 있다.

수험생은 잊지 말아야 한다. 수험생은 답변을 조리있게 말해야 하되, 그 목소리는 떨리거나 너무 적지 않아야 한다. 표정에는 자신감과
침착함이 엿보여야 하고, 손발을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면접관에게 감점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인사를 할 때 우리나라의 예법에
맞는 방식을 택하고 앉은 자세 역시 예법에 맞아야 한다(필자의 경험에는, 외국에서 생활한 수험생 중에 다리를 꼬고 답변을 하는
경우가 단 한번 있었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는 점은 “수험생은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면접관의 몫이다. 수험생은 자기의 속
(내면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수험생은 자신의 속(내면)을 최선을 다해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이
임무이다. 그 속(내면)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면접관이 해야 할 일이다.

면접관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떨지 않는 수험생은 없다. 누구나 다 긴장하고 떨린다. 옆에 있는 다른 수험생은 떨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떨고 있다. 중요한 관건은 내가 떨지 않는 것처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관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떨지 않는 비결이 있는가? 있다. 수십 차례의 연습, 실제 상황과 비슷한 연습(예: 앞에 가상의 면접관이 실제로 앉아
있을 것), 그리고 자신의 면접 행동을 다시 볼 수 있는 비디오 관찰이다. 이는 굳이 사교육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집에서 혹은 학교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부분들이다.

면접관은 수험생의 화려한 화술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더듬거나 목소리가 안으로 기어 들어가면
감점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당신이 유능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고, 그리고 인성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사람”임을 잊지 말라. 당신이 보여준 것들을 기반으로 그 진정성을 평가하는
몫은 면접관의 것이다. 당신은 면접관의 평가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면접관의 몫을 너무 생각하면 당신은 오히려 당신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약력]
김계현 교수,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 상담심리학, 교육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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