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혈압, 고지혈증 수치의 적절한 기준

진상만(내분비-대사내과 의사)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는 혈당, 당화 혈색소, 고지혈증, 혈압 수치들을 의료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가 수치를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당뇨병 관리에 참고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공복 혈당은 80~120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180mg/dL 미만, 당화 혈색소 6.5%미만, 혈압 130/80mmg 미만,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 등을 지키고 있는 지를 담당 의사만이 아닌 스스로도 알고, 담당의에 의한 치료의 변경이 있을 때 그 이유를 잘 이해하는 것이 당뇨병의 관리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에 제시한 수치들의 의미가, 모든 사람에 같은 의미를 가지지는 않으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수년 간 미국과 유럽의 당뇨병 학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수치들의 해석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그 변화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청진기

1. 혈당, 당화 혈색소

망막, 신장 합병증 등을 막기 위해 당화 혈색소 6.5%미만의 철저한 조절이 중요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것을 운동, 식사 요법이나 메트폴민 약물 요법과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한국과 달리 아직 설폰 요소제의 사용 비율이 높고, 비만 환자의 비율도 높은 미국/유럽에서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당화 혈색소의 목표를 7%전후로, 그리고 고령에서는 그 이상의 목표(상한선을 7.5~8.5%로 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심근 경색, 뇌졸중 등 환자의 생존률과 관련된 대혈관 합병증을 감소시켜줌을 증명한 대규모 연구들이 당화혈색소 7%전후의 환자군에서 그 이득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환자의 경우도 당뇨병 발생으로부터 오랜 기간이 경과하였고, 치료의 강화가체중 증가나 저혈당과 같은 대가를 수반한다면, 당화 혈색소를 7%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당뇨병 학회는 당화 혈색소 7%를 유지하기 위해 추천되는 공복 혈당의 목표치를 80~130mg/dL로 수정하였고, 식후 혈당의 최대 값(보통 식후 1~2시간 후의 값)을 180mg/dL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2. 콜레스테롤 측정 결과(고지혈증 지표)

최근 수년 간 가장 큰 변화가 있던 부분입니다. 이전에는 나쁜(LDL) 콜레스테롤, 좋은(HDL) 콜레스테롤 등의 목표치를 주고 일정 수준 미만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현재는 이러한 수치들보다는 실제로 그 환자에서 앞으로 심근 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얼마나 큰가를 가지고 약물 요법이 필요한 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타틴’이라는 약물이 심혈관계 질환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증명한 연구들이 나쁜(LDL) 콜레스테롤을 얼마까지 낮추면 이득이 있는지 증명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했을 때 약을 사용하지 않은 군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줄어든 것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타틴 약물이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줄이는 원리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근거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미국 당뇨병 학회의 지침에 따르면 이제는 나쁜(LDL) 콜레스테롤이 100mg/dL보다 높지 않다고 해서 고지혈증의 치료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40세 이상의 거의 모든 당뇨병 환자가 치료의 대상이 되고, 특히 연령, 흡연, 고혈압, 알부민뇨,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등 이 있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다면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아도 고강도 스타틴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국내 연구가 부족하여, 미국 지침과 같이 높은 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국내에서도 적용할 지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고지혈증은 혈액 검사를 하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실제로 미국 당뇨병 학회 지침은 고지혈증의 치료에서, ‘환자가 만약 스타틴 치료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다면 더 이상 고지혈증의 혈액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틴 치료가 안정적으로 잘 되고 있는 지, 투약을 잘 하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 혈액검사는 여전히 중요한 수단입니다. 또한 나쁜(LDL) 콜레스테롤이 100mg/dL을 넘는 지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요하는 환자인 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재는 고지혈증 혈액 검사의 의미가 ‘정상이 되면 약을 줄이거나 끊기 위해’가 아니라, ‘위험도를 평가하고 어느 정도의 강도로 치료를 할 지, 치료가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혈압

미국 당뇨병 학회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혈압 조절의 목표를 이전보다 높은 140/90mmHg로 수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낮은 단계의 약제로 쉽게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수축기 혈압 13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이 적절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혈압이 120/80mmHg이 넘는 환자는 저염식, 운동 등의 생활 습관 교정을 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115/75mmHg 이상의 혈압도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이 있고 수축기 혈압 120mg/dL이상이 말기 신질환과 장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이전의 연구결과들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즉 혈당과 마찬가지로, 운동, 식생활의 개선 등 부작용이 없는 치료라면 여전히 낮은 혈압을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