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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 (CHLA)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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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로 2주간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는 수년 전부터 본원 소아청소년과와 연계를 맺어 전공의들이 파견 교육을 받아왔던 곳으로서 1901년 설립되었으며 남부 캘리포니아 소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어린이 전문 병원이다. 의국 선배들의 파견 경험을 들으면서 전공의 1년 차 때부터 기대를 해온 터라, 연수를 떠나기 전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다.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는 소아청소년과 내의 여러 분과뿐 아니라 각종 수술과와 외상 센터도 갖추고 있는 대규모 소아 전문 병원이었다. 여러 분과 중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감염 분과를 선택하였다. 또 두 번째 주에는 일반 외래를 참관하기로 하였다. 외래를 선택한 이유는, 미국의 진료와 우리나라의 진료에서 가장 다른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외래 진료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의 첫인상은 어린이 전문 병원답게 병원 전체가 마치 놀이방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의 특징답게 굉장히 다양한 인종의 환자와 의사들을 볼 수 있었고, 스페인어를 쓰는 환자들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아, 의사들도 두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첫째 주 감염 분과 연수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입원 환자와 협진 환자에 대한 Michael Neely 교수님과 Jeffrey Bender 교수님의 회진에 참여하였다. 병동으로 회진을 가기 전 테이블 미팅에서 모든 환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토의가 이루어졌다. 감염 분과의 특징답게 가볍게는 심각하지 않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나 폐렴 환자부터 시작해서, 결핵이 의심되는 상태여서 진단과 격리 방법 등 모두 논의할 거리가 굉장히 많은 환자, 여러 과에 퍼져있는 중환자들의 감염에 관한 이슈 등 다양한 환자군을 볼 수 있었다. 결국 고민하는 부분이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되면서도, 교수님과 전공의가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한 환자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토의하고 공부하면서 회진을 준비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감염 원인에 대한 감별이라든지 예방접종 스케줄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다양한 나라와 인종의 환자들이 있다보니 이에 맞춰 감별진단을 다르게 하는 점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봤던 점은 환자 모두가 1인 격리 병실을 쓰면서 의료인들이 마스크, 장갑, 개인 청진기 사용 등 격리 지침을 완벽하게 지킨다는 것이었다. 회진이 끝난 후에는 전공의가 새로 입원하거나 협진 받은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진찰하는 것을 함께 따라다니며 참관하였는데, 환자에게 한국에서 온 의사라면서 참관 중인 모든 사람을 소개하면서 함께 진료해도 괜찮겠냐는 양해를 구했는데 모든 환자가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진찰하는 과정은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 주에는 일반 외래에서 매일 다른 의사의 외래 진료를 참관을 하게 되었다. 건강한 소아의 검진이나 접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만성질환 환자들이었다. 한 환자당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진료를 보는 모습은, 미국의 외래 진료에 대하여 익히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다. 우리 병원에도 각종 만성질환을 가진 소아환자들이 많은데, 의무기록을 열기가 어려울 만큼 여러 과에 다니고 있으나, 그것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는 고스란히 부모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 외래에서는 그런 환자들이 언제 어떤 전문적 진료가 필요한지를 마치 컨트롤타워처럼 관리해 주고 있었다. 또한 소아환자에서 중요하지만, 각 의사가 자신의 전문적 분야만 보다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 예를 들면 영양이나 접종 등을 챙겨주고 있었다. 보험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4년간 만성질환을 가진 아이의 부모님들이 젊은 나이에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에 이러한 부분들이 더욱 다가왔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나에게는 생소한 ‘adolescent medicine’이라는 분과가 있어, 청소년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한 환자는 내년에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건강한 고등학생이었는데, 부모님 나름의 자연주의 철학으로 접종을 한 번도 맞추지 않은 환자였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하고만 이야기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보호자를 내보낸 뒤, 성인이 되어서 권장되는 접종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성관계, 피임, 약물 남용, 자살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문진하고 이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 환자와 보내고 나온 뒤, 의사에게 ‘모든 청소년 환자에게 이런 상담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난 그 환자가 건강하기를 바라고, 스스로 건강해지는 길을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그 대답이 무척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고, 주로 참관으로 이루어진 연수 경험이었지만, 내게는 매 순간 배울 것이 있고 느낄 것이 있는 시간이었고, 의사로서의 견문을 넓혀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소중한 해외 연수의 기회를 가지게 해주신 교수님들과 교육수련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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