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단축키 목록

맨 위로

현재 페이지 위치 : 교육인재개발실 > 교육수련 프로그램 > 수련 프로그램 > 레지던트 > 전공의 해외연수기

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및 M.D.Anderson cancer center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8-05-09

내용

해외 병원 연수는 전공의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경험해보고 싶은 꿈이다. 특히 현대 의학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초일류 병원에서라면 그런 바람은 더할 것이다.
나는 USMLE certification을 취득할 정도로 미국에서의 수련에 관심이 많았다. 그랬기에 삼성서울병원의 ‘우수 전공의 해외 병원 연수’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과정이었다. 성형외과학 교실의 여러 교수님들이 추천해 주셔서 운 좋게 연수 대상 전공의로 선발되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연수 갈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미국 병원은 아는 분이 없으면 연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문구현 선생님이 병원 선정에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미국 중북부 최대 규모의 병원인 시카고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의 John Kim(김야성) 선생님과 미국 최고의 암센터인 M. D. Anderson cancer center의 David Chang(장우석) 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세계적 의료 기관에서의 꿈 같은 연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은 기초연구분야 연구가 활발하고 Lab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 추천 사유였고, M.D. Anderson cancer center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암센터로 암 수술 후 재건 분야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삼성암센터 개원을 앞두고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추천해 주셨다.
나는 먼저 이메일로 김야성 선생님과 장우석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고 연수를 와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곧바로 연수 갈 병원에서 요구하는 서류 양식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M. D. Anderson 병원의 경우 한 달 이상의 연수자는 ‘Observer’, 한 달 미만의 연수자는 ‘Visitor’로 나누어 일정 양식의 서류를 연수 전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Observer의 경우에는 예방접종기록 등을 첨부하는 등 좀더 절차가 까다롭다. 이러한 서류와 해당과의 초청서 등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병원에서 승인을 해주어 연수 자격이 부여된다.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항공권과 숙소 문제이다. 병원에서 왕복 항공료 및 현지 체재료를(2000$)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본인 부담은 많지 않았다. 항공권은 인천-시카고-휴스턴-인천으로 해서 230만 원에 구매를 하였다. 숙소 문제의 경우, 시카고에서는 병원에서 가까운 호텔과 친척집에서 절반씩 보내기로 하였고, 휴스턴에서는 병원에서 가깝고 저렴한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인터넷(Google Earth)으로 병원에서 가까운 호텔을 알아보고 그중 저렴하고 네티즌 평이 괜찮은 곳으로 예약했다. 시카고에서는 병원이 시내에 있어서 저렴한 호텔이더라도 하루에 130~180$ 정도 하였고, 휴스턴은 미국 전역에서 오는 환자들과 세계 각지에서 오는 연수자들을 받느라 다양한 등급의 호텔과 콘도미니엄이 많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중 병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저렴하면서 취사가 가능한 콘도미니엄 형태의 ‘Extended stay’ 호텔을 예약했다. 하루 숙박 비용은 89$로, 7일 이상이면 20% 정도, 한 달 이상이면 30% 이상 D/C가 되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완료한 후 과장님과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는 동료 전공의들을 뒤로 한 채 시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진료 시스템
인천발 시카고행 대한항공 037편을 타고 12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시카고. 2년 전에 USMLE step2 CS를 보기 위해 다녀왔던 터라 풍광이 낯설지 않아 반갑기까지 했다. 일요일 오후 12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일요일 오후 2시 40분이었다. 졸린 눈으로 병원에서 가까운 Hamton inn 호텔에 짐을 풀었다. 7월 초였지만 시카고의 날씨는 봄 날씨같이 선선하였다. 호텔 밖으로 나와 파도가 치는 미시건 호수를 따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병원까지 걸으면서 사전답사를 하였다.
다음날 오전 9시에 미팅 장소인 성형외과 외래를 찾아가니 자그마한 키의 김야성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하바드대에서 문학석사, 스탠포드대에서 의과대학을 나온 그는 굉장히 활기 넘치는 성형외과 의사였다. 이 병원의 스텝수는 6명, 전공의는 14명이었다. 전공의 과정은 인턴을 포함하여 총 7년이었는데, 그중 1년은 반드시 Lab에서 근무하며 실험해야 한다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외래는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방에 있고 환자가 순서에 맞추어 들어오는 체계가 아니라, 진료실이 9개가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각 방에서 gowning하고 기다리면 의사가 각 방을 방문하면서 면담 및 진찰하는 시스템이었다. 진료 체계가 환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척 중요하게 여겨서 진료를 참관하러 들어갈 때 일일이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진료 전후로 의사와 환자가 악수를 하면서 인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경쟁력은 기초연구분야의 인프라에서 나온다
미국은 마취료나 수술방 이용료 등이 비싸서 간단한 피부종양절제 등은 외래 진찰대 위에서 많이 행해졌다. 작은 피지낭종을 절제할 때 우리 병원의 경우 외래 수술장에서 full-draping을 하고 간호사와 전공의가 어시스트를 하는 데 비해, 이곳에선 작은 소공 하나 올려놓고 간호사와 전공의의 보조 없이 혼자 진행하였다. 수술 기구도 needle-holder에 cutter가 있어 혼자 시술하기 편리하게 갖추어졌다.
병실은 모두 1인실로 넓고 쾌적하였다.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니 전시관이 하나 눈에 띄었다. 바로 ‘병원 역사 박물관’이었다. 병원 개원 당시 그림 및 사진, 그 당시 수술 도구, 초창기 원장 및 유명 인사들의 사진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병원도 비록 역사가 짧지만 그만큼 중요한 역사를 우리들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가 이런 멋진 역사관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병원 전 구역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 중에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연수 후반부에는 이 병원에서 자랑하는 Lab을 견학하였다. Lab빌딩만 15층짜리 건물 2개였고, 성형외과는 그중 한 개 층을 통째로 사용했다. 성형외과 Lab에는 전공의 두 명이 상주하며 실험을 하고 있었으며, 석・박사 등 연구원 일곱 명이 Tissue engineering, wound healing, stem cell research 등 각종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진료 분야에서도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중북부 최고의 병원인데도 기초연구분야에 이렇게 힘을 쏟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한국계 의료진들
김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을 한 후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을 날아 휴스턴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허파를 가득 채웠다. 아직 적응되지 않은 시차 때문에 녹아내리는 듯한 몸을 이끌고 입국장에 들어섰다. 사전에 M. D. Anderson 병원에 1개월 연수를 가 있던 본과 4학년 고주영 학생이 소개하여 순천향의대 강상규 교수님이 직접 차를 몰고나와 픽업을 해주셨다.
검게 탄 얼굴에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에 샌들 차림으로 나오신 강상규 선생님은 1년 연수 기간이 다 되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숙소로 가는 길에 휴스턴 생활 및 병원 등에 대해 이런저런 유익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을 뻘뻘 흘리는 나를 보고 오늘은 그나마 날씨가 선선한 편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다며, 미국 남부에 위치한데다 멕시코만을 접하고 있어 습기가 많은 날씨로 하루에도 수 차례씩 기습성 소나기가 내린다고 하였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장우석 선생님의 초대를 받아 댁으로 찾아갔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와서 위스콘신의대를 나오고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에서 수련을 받으신 선생님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유방재건수술의 권위자 중 한 분이시다. 처음에는 선생님 앞에서 굉장히 긴장했는데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시고 한국말도 유창하게 하셔서 안심이 되었다. 또한 그곳에 계신 여러 한국인 선생님들을 뵙고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재건 수술을 참관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걸어서 M. D. Anderson cancer center에 출근을 하였다. 5분 거리였는데도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NASA space center와 함께 휴스턴의 명물로 자리잡은 Texas medical center는 Baylor 의과대학, University of Texas 의과대학 및 병원, M. D. Anderson cancer center 등 수십 개의 병원 센터 등이 모여 이루어진 병원 집합체이다. 병원 규모가 상당히 커서 걸어서 돌아보기가 어려워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이다. M. D. Anderson cancer center는 이삼십 층 규모의 병원들이 스카이브릿지로 연결되어 있고, 가장 긴 구간은 수백여 미터에 달해 전기로 운행하는 셔틀이 다닐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장 선생님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였다. 월・수요일은 외래, 화・목・금요일은 수술장에 들어갔다. 이곳 성형외과의 스텝수는 17명, 펠로우는 8명이었는데 레지던트는 없었다. 대신 Baylor나 University of Texas 병원에서 파견을 나온다. 레지던트가 없는 대신 PA(physician assistant)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각 스텝에 할당된 PA가 외래 describe 및 수술방에서 어시스트를 하고 수술 후 환자 케어를 담당한다.
이곳의 Main OR은 총 30개로, 그중 매일 5~8개 방에서 성형외과 재건 수술이 열린다. 인상적인 점은 유방암 재수술이 하루 3~4개 방에서 열릴 정도로 많았는데, 이는 유방암 환자가 많을 뿐더러 이곳에서는 유방 재건 수술이 보험이 되어 유방 절제술 후 대부분의 환자가 재건 수술을 받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또한 두경부 종양 수술 후 재건, 흉・복부 재건, 사지의 종양 절제 후 결손부 재건 등 수술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였다. 이곳은 날씨가 워낙 더워서 그런지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아주 잘 구비되어 있다. 특히 수술장이 그러한데, 수술장에 참관하러 한 시간만 서 있어도 추워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할 정도이다. 장 선생님이 내가 관심을 가진 수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셔서 어시스트도 하고 suture를 하는 등 좋은 경험을 하였다.
각국 의료진들과의 뜻깊은 만남
외래나 수술장 스케줄 이외의 시간은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곳에는 인터넷이 되는 단말기가 수십 대 있어 외국에서 온 observer들이 전자메일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서핑 등을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온 여러 선생님들이 observer로 나와 있었다. 외래 및 수술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다보니 정이 들게 마련. 각자 모국의 의료 환경이라든가 수술 기법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교류하였고, 점심이나 여가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하였다.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는 멕시칸, 이탈리안, 아메리칸, 아시안 푸드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우리 입맛에는 밥과 김치가 최고여서 항상 식사를 하고 나면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평일에는 수술이나 외래가 보통 5시 전에 끝난다. 워낙 가정적인 문화가 자리를 잡아 이곳 사람들은 바로 집으로 향한다. 수술이 끝나도 밤 늦게까지 병원에 남아 있거나 다 함께 어울려 술자리로 향하는 우리네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어서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주말에는 휴스턴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번씩 가보지만 별건 없다는 NASA space center를 비롯해, 휴스턴 남쪽의 휴양지 갈베스턴에 갔다 왔는데 이곳은 후배가 내과 레지던트로 있는 UTMB가 위치한 곳이다. 또 일요일에는 장 선생님과 한인교회를 나갔다. 나는 평소 교회에 잘 나가지 않지만, 장 선생님이 워낙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그 권유를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교회는 신앙 활동의 장이기도 하지만, 교민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장 선생님은 한국에서 M. D. Anderson 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교인과 그 가족들을 맡아 정신적인 지지를 해주고 휴스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예배가 끝나면 서로 싸온 도시락을 풀어헤치고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교회를 나선 후에는 장 선생님을 따라 한국인 마트(서울식품, 코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곤 했다.
이제는 재건 수술 역량 강화로 의료의 질을 높여야
2주간의 짧지만 인상깊었던 휴스턴 생활을 마감하고 장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며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M. D. Anderson이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암센터의 중점을 단순히 암의 치료 및 양적 증대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건 수술처럼 질적 향상에도 상당한 노력을 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 병원도 아시아 선도 병원, 초일류 암센터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암수술의 양적인 향상도 중요하지만 성형외과의 역량을 더욱더 키워 암수술 후 재건 분야를 발전시켜 삼성암센터의 질적인 향상에 기여토록 해야 할 것이다.
1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태평양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게 빛이 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공의들의 실력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공의 해외 연수라는 황금 같은 기회를 열어 주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 그 공백을 메우느라 고생하신 성형외과 전공의 선생님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