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에서 나의 하루
내 스케줄은, 오전에는 주로 보호병동 회진에 참여하며 환자를 함께 보는 것이었고, 오후에는 미국 레지던트들과 함께 외래와 관련된 강의, 세미나,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정신과라는 과의 특성상 환자를 직접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연수 등으로 온 사람들에게는 사실 보호병동이 잘 개방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를 초대해주신 선생님께서 내가 머무르는 동안 보호병동을 맡고 계셨기에, 나는 쉽게 보호병동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일년에 딸 한달만을 보호병동에서 일을 한다고 하시는데, 역시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주치의, 간호사, 의과대학 학생, 교수님 그리고 나 이렇게 모여 환자에 대해 의논을 먼저 하고 나서 회진을 돌기 시작 했다. 그리고 회진을 다 돌고 나서는 환자에 대해 모여서 의논하는 시간이 2~3시간 정도 지속 되었다. 이 때에는 의사, 간호사 뿐 아니라 병동사회복지사, 사례관리자까지도 포함되어 회의가 진행이 되었다. 회의 분위기는 전혀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누구라도 환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분위기 자체가 한국에서의 경험과 사뭇 달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기억이 된다.
오후에는 주로는 PGY3와 함께 생활을 했다. 불안장애 클리닉, 정동장애 클리닉, 성의학 클리닉, 정신치료 클리닉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에 함께 했었다. 신기한 것은 어느 클리닉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나에 대해서 소개를 하면 “welcome”으로 맞아준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좋게 느껴졌던 부분은, 지도 전문의 선생님이 많이 계셔서, 세미나 할 때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선생님들의 숫자가 거의 동일했다는 것이었다. 워낙에 자유롭고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에서 교육이 진행이 되고, 워낙에 선생님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또한 몇몇 세미나에서는 환자들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정신상태 검사 결과에 대해서 묘사를 하다 보니, 증상학적으로 구체적으로 배울 수도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얻었던 큰 수확 중 하나는 연구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연수 기간 중에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학회가 있어 참석 하기도 하고, Johns Hopkins 대학병원 정신과 내 각종 연구자 발표 모임에도 참여하고 하면서 얻게 된 수확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PGY3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 것도 나에게 있어서 큰 수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면서 부터는, 그들의 방에서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더듬더듬 이야기 하느라 나름대로 힘겹기도 했지만,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듣고, 그들이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직접 보고 하면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