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단축키 목록

맨 위로

현재 페이지 위치 : 교육인재개발실 > 교육수련 프로그램 > 수련 프로그램 > 레지던트 > 전공의 해외연수기

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Medical University of Graz (Graz, Austria)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02-12

내용

2년 전 우리과 선배가 우수전공의로 미국연수를 다녀오는 것을 보고서 나도 우수전공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상의학과 전공의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판독하며, 2년 동안 여러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아 논문도 열심히 썼고,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우수전공의가 되었다. 처음에는 미국으로 가서 최신지견을 견학하고 더 큰 세상으로 눈을 넓혀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관심분야인 “심장영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병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마침 연초에 Rienmuller 교수님께서 본원에 오신 적이 있었고 그 때 인사를 드린 경험이 있는데다, 유럽의 정취와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병원
 

그라츠는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이며 대학도시로 유명하다. 즉, 총인구의 1/5이 대학생으로, 교육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라츠 병원은 620,000 m2의 total area, 50 여 개의 buildings, 1700 beds를 보유하는 그라츠 최고의 병원으로 영상의학과는 총 70여명의 의사(20 faculties, 30 fellows, and 22 residents)로 구성되어 있다. 320-MDCT를 포함하여 총 8개의 CT machine, 3.0 Tesla MR을 포함하여 5대의 MR machine을 보유하고 있었고, “One-stop cardiac shop”으로서 64-MDCT와 1.5 Tesla MR을 전용으로 두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임상 과에서 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바로 cardiac imaging center로 refer되어 필요 시 두 가지 검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무척이나 많겠거니 기대했지만, 하루에 coronary CT angiography를 최대 4명, heart MRI는 1-2명을 검사한다고 한다. 명성에 비해 너무 적은 검사수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ardiac imaging을 위해 refer되는 환자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환자를 준비하고 이미지를 얻는 데까지 Coronary CT Angiography의 경우 한 환자당 20-30분, Cardiac MR은 대략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는 본원과 비교 시 2배 이상 걸리는 셈이다. Cardiac imaging의 경우는 이미지를 얻고 후처리(post processing)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 이에 걸리는 시간도 본원보다 4배의 시간이 걸렸다. 후처리의 경우 본원에서는 주로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의 시간을 쪼개어 하는 데에 반해, 그라츠 병원의 경우에는 전담 방사선사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서두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은, 일단 검사한 환자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였고, 덜 급한 다른 환자들은 이를 위해 기꺼이 기다림을 감수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유럽, 러시아, 중앙 아시아의 의사들과 함께한 시간들
 

나는 주로 E.S.O.R (European society of radiology tutorial)이라는 프로그램에 속해, 다른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young radiologist들과 함께 병원을 견학하고 유럽최신 지견에 관한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E.S.O.R은 그라츠 병원 영상의학과에서 매년 6월과 9월에 2주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영상의학과 의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15 년 전통의 프로그램이었고, 26명의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의 young radiologist들이 참가하였다.
Morning conference의 참관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는데 약 1시간 동안 전공의 1-2 연차가 흥미로운 증례들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유럽에서는 7년의 의과대학 졸업 후 4년간 일반과들을 수련 받고 나서야 영상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영어가 능숙했으며 faculty들도 전공의 의견을 존중하고, 전공의도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오후는 주로 영상의학의 최신 지견에 대한 강의로 이루어졌으며, “MR-enteroclysis in inflammatory small bowel disease”, “Forensic radiology”, “Ultrasonographic elastography” 등,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주제가 많았고, 영어로 진행되어 이해가 쉽지는 않았지만 질문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주에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cardiac tumor의 영상소견”에 관해 발표를 했는데, 내 이름의 논문을 발표하자 전문성을 인정해주며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뿌듯함도 느꼈다. 평소에 “영어 공포증”을 갖고 있었는데, 영어는 의사전달을 위한 수단으로서 완벽한 영어만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훨씬 수월하게 영어를 말할 수 있었다. Tutorial 기간 동안에는 매일 저녁 dinner party가 있었고 다른 나라의 의사들과 친해 지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알프스의 정취와 유럽의 문화 체험

주말과 마지막 주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파리로 여행을 하며 알프스의 공기도 흠뻑 즐길 수 있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 평소의 꿈이던 나에게,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으로 발 닿는 대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가이드의 영어 설명이 너무 빨라 당황스러웠던 짤츠부르크에서의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스위스에서의 여름스키, 베르사유 궁전에서 보낸 여유로운 한나절, 비가 와서 더더욱 로맨틱했던 베니스 등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내가 만난 유럽인들은 자존심이 대단했는데,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깊고 화려한 역사와 문화 때문인 듯하다. 영어도 능숙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에 사랑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그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는 것이라는 당연한 듯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가끔은 외로움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러한 시간이 삼성의료원과 영상의학과, 교수님과 선후배, 동기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더욱 더 소중하게 느끼게 해준 값진 시간이 되었다. 다시 한번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신 삼성서울병원과 영상의학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