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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전공의 해외연수 준비하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02-12

내용

준비하기

내가 해외연수를 가기로 정해졌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내가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었다. 1달 간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과장님의 도움으로 Dr. Caplan이 계시는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BIDMC)에 가도록 정하였다. Dr. Caplan은 뇌졸중 전문의로서 신경과 의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으로, 뇌졸중 및 대뇌 신경학에 대한 많은 논문과 책을 쓰셨다. 과장님께서는 15년 전 Dr. Caplan과 함께 전임의로 근무하셨던 적이 있다.
BIDMC는 보스톤에 위치한 하버드 의대 교육병원으로서 600 병상 규모의 병원이다. 1996년에 Beth Israel 병원과 New England Deaconess 병원이 합쳐지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보스톤에서 머무를 곳은 병원과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을 임대하였다.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집을 임대해주는 곳이었는데, 1달만 머무를 집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인심 좋은 집 주인을 만나 1달만 머무르도록 계약할 수 있었다.

외래

Dr. Caplan의 외래는 1주일에 3번으로 오전 혹은 오후만 진료가 있었다. 오전 진료는 대개 오전 8시 30분에서 정오까지, 오후 진료는 오후 1시 30분에서 오후 5시까지였다. 한 진료에 대략 6-9명 정도의 환자가 예약되어 있었다. 환자 진료 시간은 신환인 경우 1시간, 재진인 경우 30분 정도로 배정되어 있어 진료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환자가 예약된 시간에 맞춰 외래에 오면 Dr. Caplan께서는 직접 환자가 기다리는 곳까지 마중을 나가 진료실까지 환자를 데리고 왔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는 Dr. Caplan께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를 맞이하시고 환자 및 보호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또한 나에 대한 소개를 잊지 않았고, 나는 환자들과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환자가 진료실에 오면 첫 만남부터 환자를 반갑게 맞아주니 진료실 분위기도 좋았고, 환자는 의사와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 상의할 수 있었다. 진료실의 분위기는 한국에서의 그것에 비해 자유로웠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 및 불편한 점을 여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복약 내용이나 과거 진료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진료 자료를 가지고 있어 시간 소모가 별로 없었다. Dr. Caplan께서는 초진이든 재진이든 환자에 대해 모든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면서 꼼꼼히 이상소견을 확인하시는 모습을 보여, 신경학적 검사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환자들은 Dr. Caplan의 꼼꼼함에 고마워하는 분위기였다.
초진 환자의 경우 뇌졸중 담당 전임의가 환자를 먼저 보고, Dr. Caplan과 진단 및 향후 치료 방침에 대해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료가 진행되었다. Dr. Caplan께서는 뇌졸중 담당 전임의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서로 토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교육에 있어서도 상당히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병동 및 병동 회진

신경과의 병동 환자는 약 40명 정도였고 대여섯 명의 교수님께서 환자를 나누어 보았다. 환자의 구성은 우리와 비슷하게 50~70% 정도가 뇌졸중 환자였고, 나머지는 감염, 파킨슨, 말초신경병증 환자 등이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수술하지 않는 뇌출혈 환자의 경우 신경과로 입원을 하기 때문에 뇌출혈 환자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신경과 환자가 늘 그렇듯이 괴질 환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에 대한 감별진단으로 라임병이 들어가는 것이 특이했다.
병동환자도 외래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을 만나는 시간이 넉넉해서 진료가 여유로워 보였다. 담당 레지던트들의 업무는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고 업무량이 많지 않아 학업이나 진료에 시간이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병원에 1달 동안 있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신경과 의사들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레지던트의 경우 BIDMC에만 약 20명이 있고, 보스톤에만 약 60-70명이며 미국 전체로 따지면 신경과 레지던트 숫자만 2천 명이 넘는다고 하니 인력적인 면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주말에는 교수님들께서 돌아가면서 병동 대회진을 도는데, 장기 환자를 제외한 문제가 있는 환자이거나 신환이 위주가 되었다. 담당 레지던트가 간단히 presentation을 하고 교수님께서 직접 신경학적 검진을 하면서 토의하였는데, 기초적인 지식부터 임상까지 폭넓게 설명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가장 걱정하던 것이 영어였다. 한국에서 주로 읽기와 쓰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왔지만, 실제 보스톤에서 1달간 읽기와 쓰기를 할 일은 거의 없었다.대부분이 듣기이고, 말하기였다. 하지만 많이 들어보지 않았으므로 잘 듣지도 못 하고,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힘들었다. 특히 말하기는 외국 사람과 직접 접촉을 하지 않는 이상 말해볼 기회도 없었으므로 더욱 힘들었다.
나의 경우 연수를 가기 전부터 주로 영상물(미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보고 듣고, 대화를 따라 말하는 방법으로 준비를 하였지만 한계는 있었다. 환자를 같이 보면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얘기 하는 경우 의학용어가 먼저 쉽게 들리므로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대화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일상 대화들이 알아듣기 힘들었고, 나의 발음도 잘 못 알아들었으며, 내 표현의 수준도 간단한 의사 표현 또는 추상적인 내용이라 깊은 대화를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레지던트들과 사적인 얘기들을 나누기 힘든 것이 많이 아쉬웠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

1달 간 연수를 다녀오면서 대단한 학문적인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모든 대화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또한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연수하고 있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 본다. 따라서 영어를 포함해서 연수하는 병원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많이 준비할수록 많이 얻어간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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