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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Genomic Medicine Institute, Cleveland Clinic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11-06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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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의학과 김석란

작년 10월,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받은 지 3년이 되었지만 내 자신이 어떠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목표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바쁜 업무에 쫓기고 일상에 회의마저 들 무렵, 전공의 해외 연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큰 기대 없이 지원했었고, 운 좋게 선정되고 나서도 주위의 부러운 시선에 ‘미국가면 그렇게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한 달간의 연수를 마치고 나니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는 고백을 하게 된다.    


연수준비

사진1

해외 연수 병원을 선택하기 위해 미국의 가족과 상의하던 중, 올케언니가 일하고 있는 Cleveland에 가기로 하였다. 마침 김종원 선생님께서 Cleveland clinic의 Genomic medicine institute의 chair인 Dr. Charis Eng을 알고 계셔서 메일을 보내주셨고, International observer program을 통해 2009년 8월 한 달간의 연수 일정이 마련되었다.

연수 약 3개월 전에 승낙 메일을 받았고, 몇 가지의 예방접종 기록 등의 건강증명을 제출하고 나니 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 center 담당자와의 오리엔테이션 약속이 잡혔다. 이로부터 연수기간까지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그때는 잘 모르고 어영부영했던 것 같다. 오빠와 올케언니의 도움으로 한 달간 머물 아파트와 버스 패스 등을 구한 것으로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달이라는 짧은 연수기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미리 가고자 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아보고, 어떤 분야를 견학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서 연수 담당자 및 해당 과의 지인들과 메일 등으로 자주 접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어회화공부를 미리 해두라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일상적인 대화만 가능하면 영어를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배우고자 하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Cleveland clinic, Genomic Medicine Institute에 대하여

사진2

미국 Ohio 주 Cleveland city에 위치한 Cleveland clinic은 1921년 개원하여 특히 심장 질환에 대해 미국 내 최고 병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 2007년부터 U.S. News & World report에 미국을 이끌어가는 4대 병원 (four leading hospitals in America)에 선정된 병원이다. 가까운 곳에 University Hospitals of Cleveland (UH)라는 또 다른 유명한 병원이 있어, 두 병원을 중심으로 다니는 “Health line” 이라는 버스노선이 있는데,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병원까지는 이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였다. 병원은 굉장히 넓고 여러 개의 큰 건물들이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병원 구조는 춥고 눈이 많이 오는 Cleveland의 겨울날씨에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병원 내 건물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병원 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아늑했는데, 병원 입구부터 발렛파킹을 도와주거나 길 안내를 해주는 수십 명의 직원이 있었고, 벽면에는 수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으며 언제나 차분한 음악이 병원 전체에 흘러나와 아주 편안한 분위기였다.

Genomic Medicine Institute는 “Lerner research institute” 라는 병원 내 연구기관 소속으로, “Center for personalized genetic healthcare” 에서 외래진료를 담당하고, human genomics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로 cancer genetics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chair인 Dr. Charis Eng이 PTEN hamartoma tumor syndrome의 세계적인 권위자여서 이 분야의 연구가 가장 활발했다.


유전진단의 실제

사진3

한달 동안의 나의 연수일정은 유전진단외래 참관과 암 유전 연구팀의 랩 미팅 등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유전진단외래는 “Center for personalized genetic healthcare” 로 불리고, 선천성 기형, 대사질환, 유전성 신경 및 근육질환 환자들을 위한 general genetics clinic과 유전성 암환자들의 상담 및 가족검사를 주로 시행하는 cancer genetics clinic으로 나뉘어 있다.

환자들은 Cleveland clinic 내의 다른 과뿐만 아니라 자신의 family physician을 통해 각지에서 의뢰되어 clinic을 방문했다. Clinic에 전공의는 없고, 세 명의 medical staff와 십여 명의 genetic counselor들이 환자를 보는데, counselor들이 가족력을 포함하여 한 시간 이상 충분한 history taking을 하면, medical staff는 이 정보와 physical examination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필요한 경우 유전검사를 시행한다. 이러한 진료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clinical geneticist는 검사결과 및 질병의 유전적인 의미 등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단 초기부터 환자를 보면서 어떤 유전검사가 필요할지(혹은 유전검사 자체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진료를 통해 환자의 진단에 깊이 참여하고, 가능한 치료방법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Genetic counselor들은 환자를 1차로 보면서 기본적인 유전상담을 하고, 특정 연구과제에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진료와 상담을 하고, 검사와 관련된 staff가 진단에 직접 참여하는 이러한 진료환경은 환자들에게 매우 만족감을 주고, 그래서 다른 과보다도 f/u loss 되는 비율이 훨씬 적다고 한다.

체계화된 연구환경

사진4

외래참관 외에, research institute 내 연구그룹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매주 그들의 lab meeting과 journal review에 참여하고 연구실을 돌아보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이들의 연구는 스케일이 크고 매우 체계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전문 코디네이터와 카운슬러들이 환자 enroll을 담당하고, 직접 유전검사를 시행하는 연구전문 technologist들이 있으며, lab manager는 검사실 운영과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다.

검체의 보관 및 정리는 bio-repository lab에서 담당하고, 검사결과는 생물정보학자(bioinformatician)가 분석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에 일임하고 있어서 연구의 진행이 빠르고 효율적일 수 밖에 없었다.

연구과정에서 간혹 발생하는 환자와의 문제, 검체 처리의 실수나 bias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medical staff들이 유전상담과 같은 진료 및 임상검사의 해석, 결과 보고 등을 맡고 있고, 게다가 연구도 계획하고 진행, 분석해야 한다” 고 하니, 어떻게 그 모든 걸 할 시간이 있느냐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미국 병원에서의 생활


Cleveland clinic에서 느낀 가장 큰 것은, 모든 일에 있어 지나치리만큼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Clinic에서 만난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심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 이 환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대답을 듣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마다 약간이라도 미리 공부를 해서 몇 개의 질문을 준비하곤 했다. 처음에는 clinic 참관만으로 짜여 있던 일정도 나의 관심에 맞추어 조정해주었기 때문에 유전진단과 상담뿐만 아니라 research lab 전반에 대한 조망도 할 수 있었다. Medical staff 들과의 대화도 무척 자유로웠다. Lab meeting과 case review 때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몇 년간 일해오면서 유전진단 분야에 있어서 우리가 국내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Cleveland clinic의 체계적인 의료환경과 수준 높은 의학연구를 위해 전문인력이 집중된 것을 보니 이러한 생각이 무색할 정도였다. 미국의 의료시스템 자체는 의료의 낮은 접근성 및 지나치게 높은 의료비와 보험 문제 등 문제점도 안고 있다. 그러나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와 합리적인 사고 방식은 분명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 병원에 돌아와서, Cleveland clinic에서 본 좋은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작은 부분이나마 적용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해외 연수 경험은, 타성에 젖어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던 나에게 사고의 전환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이러한 좋은 기회가 좀 많은 전공의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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