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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해외연수기

글 내용
제목 New York Eye & Ear Infirmary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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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이혁재 전공의
전공의 수련기간 중, 1달 간 해외연수기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이다. 예전에 의대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외국병원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전공 분야를 택하고 나서 간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는 내가 연구해야 할 분야가 명확하고 목표의식도 뚜렷해져서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배워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게 된다. 지내온 3년 간, 전공의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 생활에서 주체성을 많이 잃고, 이리저리 끌려다닌 점이 없지 않았다. 이번 1달 간의 해외연수는 이제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상실한 목표의식을 다시 찾는, 재충전을 할 수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해외연수 준비

해외연수가 결정되자, 기창원 교수님께서 평소 친분이 있으시던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녹내장 전문의인 Dr. Ritch 를 소개해주셨다. 더구나 의국 선배인 박성철 선생님께서 이미 Dr. Ritch 가 있는 New York Eye & Ear Infirmary 에서 fellow로 일하고 있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녹내장 뿐만 아니라 안과의 다른 영역도 같이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New York Eye & Ear Infirmary 는...

‘U.S. News & World Report’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America's Best Hospitals 순위 안과 부문에서 매년 15위 안에 드는 병원으로 그 명성이 높다. 맨하탄 다운타운에 1820년 설립되어 미국 내에서도 긴 역사를 가진 병원으로, 임상분야는 특히 그 업적이 뛰어나 미국 내의 먼 지역이나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또한 안과와 이비인후과가 주 진료과목이라 모든 병원 시설은 이 두 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타 내과, 통증의학과, 알러지 및 면역내과, 종양학과, 병리학과 등에서도 보조적인 진료가 활발하다. 뉴욕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보는 의사당 환자수도 최고다. 정규 교수직은 42명이지만, part time 으로 다른 병원과 진료를 병행하는 의사도 그만큼 많아서 실제는 2-3배 많은 의사가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안과 수술만 하는 방이 20개나 되고 하루에 200건 이상의 수술이 행해진다.

Outpatient Clinic...

보통 우리 나라는 시간당 많은 환자를 보고, 미국은 한 환자에게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수준높은 진료를 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상은 미국에 도착하는 첫날에 깨졌다. 하루에 104명 외래환자가 한 의사 앞으로 진료예약이 되어 있었다. 오전 7시 30분에 진료를 시작해서 점심시간 없이 계속 진료를 봤는데도 오후 6시나 되어서야 진료가 끝났다.

진료방이 여러 개라서 환자가 진료방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20-30분 정도이고 fellow가 미리 환자 진료를 본 후, 교수는 fellow와 의논하면서 환자의 향후 치료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10분마다 1명씩 진료예약이 되어 있어 진료실도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간다. 하지만 여러 명의 의사가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진료의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예전, 학생 시절 미국의 다른 병원에서 진료 참관을 했을 때의 여유로움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병원 외래에는 뭔가 적극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어서, ‘이 곳이 뉴욕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의료보험은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소득이 낮아 보험 종류가 다르거나 보험이 없는 환자들은 1층에 따로 운영되는 안과 외래로 가게 된다. 그 곳은 fellow 대신 전공의들이 진료를 먼저 보고 교수와 상의 하에 환자 치료 계획을 세운다. 또한 교수님의 지도하에 전공의들이 직접 수술을 집도한다. 이 곳이 바로 전공의들의 주요 교육 장소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보험이기 때문에 환자의 선택에 따라 특진과 일반의를 구분해서 보지만, 미국은 보험에 따라 의사가 결정이 된다. 미국의 보험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보험에 대해 깊이 고찰해보고 되짚어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Surgery...

안과 영역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수술’이다. 수술은 많이 보고 많이 해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번 해외연수에서의 나의 개인적인 목표는 ‘수술장을 나의 집처럼 생각하고 많이 참관하자’였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와 수술법이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수술법은 같더라도 분명히 그 안의 세밀한 것들은 차이가 있을 수가 있다. 수술실은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수많은 백내장 수술과 다양한 케이스들의 집합체였다. 그리고 같은 수술이라도 의사마다 수술방법이 다르고 독창적인 수술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배울점이 너무 많았다.

우리나라의 의술도 결코 뒤지지는 않지만, 나는 아직 다양한 수술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수십명의 의사가 조금씩 다르게 수술하는 것을 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외과 영역의 전공의가 해외연수를 갈 일이 있다면 외래분야, 연구분야도 좋겠지만 꼭 수술을 많이 보고 오라고 권하고 싶다.

Research...

환자 수가 많으면 연구할 주제들이 다양하다. 그래서 이 병원에서는 특히 임상연구(clinical research)가 굉장히 활발하다. 외래 중간중간에 coordinator 들이 와서 환자 등록, 검사 예약 등을 계속 챙기고 교수나 fellow 들도 한 명이라도 환자 등록을 더 하기 위해 충분한 설명을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초연구(basic research)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환자수가 많고, 임상쪽으로 집중된 병원이다 보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나라의 의사들과의 만남 

New York Eye & Ear Infirmary 에서의 또 다른 경험은 다른 나라의 안과 의사들이 파견을 나와 나처럼 참관을 많이 하고 있어서 여러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 이집트, 이라크 등 여러 나라에서 research 나 참관을 위해서 파견 중이었다. 이 의사들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의료사정이나 진료 수준들을 비교해 볼 수 있고 친목을 다질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한 달간의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신, 안과의 모든 교수님들과 내가 없는 동안 병원에서 열심히 일한 의국 동기, 후배들, 병원 관계자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이 기회를 통해, 이제까지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온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위한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향후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이 시기를 되돌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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