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위암, 조기 치료를 넘어 예방을 겨냥하다. 내시경절제술의 스페셜리스트,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 / 조기위암 내시경절제술 명의
등록일 2014.10.15 조회수 8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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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조기치료를 넘어 예방을 겨냥하다.
내시경절제술의 스페셜리스트, 소화기내과 이혁교수
 

최근 질환이 생긴 부위나 종류를 막론하고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최소침습시술’이다. ‘최소침습시술’이란 기존 시술법과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도 환자의 몸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그에 따른 통증과 부작용, 회복 기간을 줄이는 시술이다. 최근 많은 경우에서 개복 수술을 대신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과 내시경 시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내시경절제술의 스페셜리스트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를 만나 조기 위암을 치료하는 최소침습시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시경절제술,
저 위험 고 효과의 조기 위암 치료법



소화기내과는 내시경절제술이라는 특화된 시술이 있기 때문에 내과와 외과의 특성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내시경으로 환자가 고통 받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껴 소화기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 노력으로 환자의 증상이 완전히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뿌듯했고요.”
 
현재는 내시경절제술 분야를 집중 진료하는 이혁 교수가 처음 소화기내과를 선택한 것도 최소침습시술이 널리 적용되고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공의 시절, 이상하게도 소화기내과 교수님들이 병원에서 잘 안 보이시더라고요. 다들 어디 가셨나 했더니 내시경실에 주로 계시더군요. 엄청나게 바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소화기 내시경실의 풍경을 보고 흥미와 매력을 느꼈죠..”  
 
이혁 교수는 이제 자신이 그런 풍경의 주인공이 되어 매주 열 건이 넘는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다. 흔히 내시경절제술로 불리는 ‘내시경 점막 절제술’은 내시경과 전기올가미, 전기 칼 등을 이용해 위암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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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 교수는 내시경절제술의 장점으로 먼저 “전신마취가 필요 없는 것”을 꼽았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마취에서 깨어나는 것이 늦어질 수도 있고, 저산소혈증, 심장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전신마취를 안 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 내시경절제술은 위 내시경 검사를 할 때처럼 수면 마취 상태에서 시술된다. 시술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수술 시간으로는 매우 짧지만, 검진 시보다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수면 내시경 전문가가 옆에서 보조를 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의 경우는 마취과 의사가 이 역할을 하고 있죠. 이렇게 내시경절제술을 할 때 마취과 의료진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병원은 우리나라에도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내시경절제술의 중요한 장점 또 하나는 암 절제 후에도 위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암 치료를 위해 외과적 수술로 위를 절제할 경우에는 조기 위암이라고 하더라도 위의 70% 이상을 절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시경 절제는 종양만 떼어내면 되기 때문에 시술 후에도 온전한 위를 가지고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시술 후 나타나는 각종 위장 증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시술 관련한 흉터나 합병증이 없는 것, 시술 후 1주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는 것 등이 내시경절제술의 장점이라며, 이혁 교수는 “시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외과적 수술보다 훨씬 좋다”고 강조한다.  
 
 

 


내시경절제술의 적용 범위,
종양이 점막층에 국한된 위암 조기일 경우에 가능해


 
외과적 절제술과 비슷한 치료 결과를 가지면서도 치료가 주는 부담이 훨씬 적다 보니 내시경절제술을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절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내시경절제술이 가능한 것일까.
 


 
 

위 벽은 안쪽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암은 점막에서 시작해 자라면서 아래로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암이 점막층에만 있을 때 내시경절제술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점막하층까지 자라면 위 바깥 임파선에도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로 임파선을 절제해야 합니다.”
 
원칙은 분명하지만 실제 환자의 상태는 판단하기에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임파선 전이 여부를 알기 어려운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절제술 시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내시경절제술의 기술적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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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내시경을 통해 작은 종양만 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 넓고 깊은 종양도 절제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임파선 전이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시술을 결정할 수 없죠. 쉽게 말해 전에는 못 하는 게 문제였다면, 이제는 해도 될 지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렇듯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내시경절제술의 발전에 따라 이를 적용할 수 있을 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라면, 환자는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가급적 조기에 위암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며 위암의 조기 발견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내시경절제술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생긴 후에 오면 이미 진행성 위암인 경우가 많아 내시경절제술이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는 2년 정도에 한번씩 검진이 필요하고, 만성위염이 심하다거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일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하여 그보다 자주 할 것을 권합니다.”
 
이혁 교수가 또 한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다.

 

 
 

자신의 위암을 꼭 내시경절제술로 치료해 달라는 환자분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는 내시경절제술이 적절하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내시경절제술이 모든 조기 위암 치료의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고, 의료진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최적이라고 판단한 치료법을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내시경절제술의 미래를 밝힐,
수술 후 환자의 통증 조절과 근본적 예방에 관한 연구

 
현재 이혁 교수는 조기 위암에서 내시경절제술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0년에는 내시경절제술을 시술 받은 환자 780여 명의 치료 결과를 토대로, 일반적인 시술 범위보다 좀더 진행된 위암에도 내시경절제술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좀더 적극적으로 내시경절제술을 시행해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재발률 등의 문제로 인해 이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입니다. 좀더 많은 연구가 이어져야 하고, 외과 전문의들과의 논의를 통해 적절한 해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병원은 내외과 소통이 잘 되고 있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내시경절제술을 시행해온 이혁 교수는 시술의 성과뿐만 아니라 시술 이후 환자의 편안한 회복 과정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종전에는 절제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이후 환자의 통증 조절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최소침습시술로서 내시경절제술의 취지를 더 살리려면, 절제술 이후 환자가 빨리 정상 상태를 찾을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는 국소마취약인 부피바카인(bupivacaine)과 염증 치료에 자주 쓰이는 스테로이드인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acetonide)이 시술 직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 권위 있는 학술지 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임상 전 연구 단계로, 지금까지 찾은 여러 가지 방법 중 더 나은 것을 선별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연구가 결실을 맺고 향후 임상에 적용된다면 더 많은 조기 위암 환자들이 더 빠르게 발병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암을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위암의 발병 자체를 막는 것”이라며, 이혁 교수는 좀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잇는다. “만성 위염 중 일부 특수한 형태의 위염이 서서히 위암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만성 위염 환자들 중 위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여 암이 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 즉 암의 ‘화학 예방’을 연구 중입니다. 그런 방법을 발견하면 위 내시경절제술은 필요 없게 되고, 제가 할 일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환자분들을 위해서 꼭 해야하는 일이죠.”(웃음).
 
 
 


나의 미래, 나의 꿈
“환자가 모든 걸 믿고 내맡길 수 있는 의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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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병율이 높은 암이자 폐암, 간암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암이다. 위암 환자가 많은 만큼 우리나라는 위암에 관해 세계적인 수준의 치료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위암에 대한 경험이 적은 서구에서는 치료에 대한 표준화가 상대적으로 잘 안 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위암을 치료 받은 후 암이 재발하여 국내에서 다시 치료를 받고 가는 동포들도 여러 번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서구에서 유명한 위암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배워가려고 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치료 성과를 내고 있는데,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환자 발생률 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교수는 “확실한 원칙을 따르며 진료하는 것”과 “환자 중심으로 모든 진료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삼성서울병원의 강점으로 꼽는다.
 
삼성서울병원의 대표적인 ‘환자 중심’ 진료는 특히 위암센터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면 다학제 진료다. 이혁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위암센터는 소화기내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의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여 환자와 가족들에게 병세와 치료계획을 설명하는 대면 다학제 진료를 실시하는데, 의료진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는 대개의 병원과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다.
 
이혁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을 “환자가 모든 걸 믿고 내맡길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을 가진 병원”이라고 평가하며, “의사 개인들도 마찬가지로 믿고 내던질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의사로 환자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이혁 교수에겐 환자를 대하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의학적 지식에 대한 권위를 앞세워 환자가 의사를 따르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그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 병원 소화기내과가 위암의 내시경 치료에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표준화된 병원이 되도록 하는 것인데요, 지금까지의 성과에 비추어 볼 때 조만간 달성이 가능해 보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앞서 말한 위암의 화학 예방 방법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위암 발병율을 현격하게 떨어뜨리고 싶습니다.”
 
진료와 연구 이외의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묻자 이혁 교수는 “병원 일이 바쁘다 보니 일단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가정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농담 아닌 농담으로 답한다.
 
 ‘환자가 모든 것을 믿고 내던질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하여 평범한 일상을 내던진 이혁 교수의 진료와 연구에 힘입어 국내에서 위암이 가진 공포의 무게감이 하루 빨리 줄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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