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환자와 함께 걷는 여정 진료와 연구로 혈액암을 치료한다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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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11.03 | 조회수 | 7797 |
첨부파일 | 151103_ksj.jpg(87714 KB) |
사람들이 대체로 생각하는 암은 대부분 간이나 위, 폐 등 장기에 발생한 고형암이다. 고형암은 암세포가 종양을 이룬 형태가 분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비고형암인 백혈병은 혈액 내에 암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형태가 분명치 않다. 치료형태에도 차이가 있다. 혈액암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수 없어 주로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며 항암제를 투여해 혈액 내 암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암 치료에 있어 연구도 가장 활발하고 치료방법 역시 최첨단을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도 이런 이유로 혈액암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암을 상대하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혈액종양내과는 여러 의미로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 무릎 쓰고 도전한 혈액종양내과
항암 치료하며, 연구 병행하는 것이 혈액내과의 매력
혈액종양내과는 소화기, 순환기내과 등 다른 분과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인지도가 조금 떨어진다. 김석진 교수가 레지던트 1년 차일 때 혈액종양내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내과의 다른 분과에 비해 치료법도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상태였고, 내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덜했다.
“지금은 항암 치료가 많이 발전했는데도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혈액종양내과는 인지도가 떨어집니다.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혈액종양내과를 선택할 때는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제가 보기에 혈액종양내과는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암을 상대하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전해 볼 여지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혈액종양내과는 각종 악성 종양(암)의 진단과 치료를 다루는 진료과이다. 크게 혈액 질환을 다루는 혈액내과와 고형 종양의 항암제 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종양내과로 나뉜다.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양을 치료하는 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병을 기준으로 설명 드리자면, 혈액내과는 백혈병이나 림프종, 골수종 같은 병을 치료하고 종양내과는 위암이나 폐암 같은 고형암을 치료합니다.”
이 중 김석진 교수의 주 진료과목은 림프종(임파선암)과 다발성 골수종이다.
“림프종은 림프 조직에 생기는 원발성 악성종양입니다. 림프종은 림프 조직이 아닌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림프절외 림프종이라 합니다. 주로 콧속과 목구멍이 연결되는 곳이나 위장관•뇌 등에 잘 나타납니다.”
림프종은 환자의 상태, 병의 종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주된 치료는 항암이다. 여기에 방사선 치료를 더 하기도 하고, 외과적 수술을 한 뒤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예후 좋은 암인 림프종에 비해 다발성 골수종은 어려워
동고동락한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의사도 힘들다
김석진 교수의 주 진료 과목인 림프종과 다발 골수종은 대표적인 혈액암 들이다.
"림프종은 단일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100여 가지의 타입으로 나뉘고, 생존율도 각기 다르지만,
치료제의 발달로 인해 대체로 치료성적은 6~70% 정도로 높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발하고 치료에 불응성인 경우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기도 합니다. 다발 골수종은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및 증식되어 나타나는 혈액암으로 대표적으로 노인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 시대가 됨에 따라 발병률이 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역시 새로운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어 과거 2-3년 이하이던 평균 생존 기간이 6년 이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가 결국에는 재발을 하고 재발을 반복하다 좋지 않은 경과를 밟게 되는 안타까운 질환입니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를 골수종세포(myeloma cell)라 하는데, 골수종세포는 종양을 만들고 뼈를 녹여 통증을 유발하고 잘 부러지게 한다. 또 골수를 침범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감소시켜 빈혈, 감염, 및 출혈의 위험도를 높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다발성 골수종의 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발성골수종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예후도 나쁜 암. 그래서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 상실감도 크다.
“제 선배 중 한 분이 ‘의사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은 감정 콘트롤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환자가 완쾌되면, 가족들도 기쁘지만 의사들도 그 이상으로 기쁩니다. 반대로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세상을 떠나면, 의사들도 상처받고 힘듭니다.”
혈액암은 특성상 길게는 몇 년 이상 투병생활을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며 얼굴을 맞댄 환자가 갑자기 떠나면, 가족이 떠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김석진 교수는 덧붙였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마 모든 혈액종양내과 의사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모두가 가족 같습니다.”
재발 두려움에 병에 지배되는 환자 보면 안타까워
백혈병 환우회 사이트에 칼럼 연재하기도
김석진 교수는 혈액암이나 백혈병 환우회 사이트에 글과 사진이 많기로 유명하다. 예전에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백혈병의 경우 항암치료에 의한 완치율이 높습니다.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많으니 환우회 같은 게 더 많이 만들어지는 거겠죠?”
김석진 교수가 환우회 사이트에 환자들을 위한 칼럼을 연재한 것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
하거나 사회적으로 뒤처졌다고 좌절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생활이 병에 지배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환자분들을 만나면 어느 순간 환자의 생활이 병에 지배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물론 재발이 두렵기 때문이겠죠. 그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예 술을 입에도 안 대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면 그 스트레스는 다 어떻게 합니까? 정말 마시고 싶다면 맥주 1잔 정도 마시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노이로제와 스트레스가 오히려 재발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김석진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환자와 의사는 서로 같은 길을 걷는 동행자의 사이란 느낌이 들었다. 완치와 삶의 질,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걷는 여정은 비록 힘들지라도 그 길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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