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의사의 역할은 환자에게 희망을 찾아 주는 것 난치의 뇌종양, 완치 희망 심어주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
등록일 2015.11.03 조회수 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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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화타는 당대 최고의 명의로 묘사된다. 동양 의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외과적 시술에 능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생명이 위독한 주태를 온종일 수술해서 완치시켰고, 어깨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도 뼈를 깎아 내는 수술을 통해 중독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편두통으로 고생하던 조조가 화타를 불러 병을 진찰받았는데, 화타는 “병의 근원이 뇌 안에 있으니 먼저 마취탕을 마시고 난 후, 예리한 도끼로 두개골을 가르고 뇌수에 스민 사기를 제거하면 곧바로 병의 뿌리를 없앨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조조는 화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해 그를 죽여버린다. 그만큼 머리를 열고 뇌를 수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뇌종양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뇌종양 수술의 사망률은 50%대에 이르렀다. 뇌종양 수술 사망률을 줄이고 뇌종양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순 없을까? 이 물음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바타 마우스와 암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하는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환자가 마지막 길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뇌종양 환자에 희망 만들어 주고파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는 전이성 뇌종양, 악성뇌종양과 같은 난치암을 주로 보는 의사다. 직업상 절망적인 환자를 많이 보는 만큼 회의감에 빠지는 일도 잦았다. 악성 뇌종양 환자들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으니 말이다.
 


 

“제가 항상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뇌종양 환자들의 인생 여행 가이드다.’ 뇌종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지 않으면 3개월,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 1~2년 정도 생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환자가 가족과 함께 마지막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덜 아프고 오랫동안 생을 늘려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학 철학을 갖게 된 뒤부터 그는 회의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대신 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단순히 생을 잘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뇌종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뇌종양은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우리를 절망케 했습니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의사의 역할입니다. 저희 뇌종양센터는 절망에 빠진 환자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의 혁신적 치료 방법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아바타 마우스, 암줄기세포 연구에 박차 가해
뇌종양 환자의 미래 위한 연구에 매진

 

남도현 교수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암 치료법 ‘뇌종양 아바타 마우스 실험법’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사람의 암세포를 주입해 만든 ‘아바타 마우스’를 통해 어떤 항암치료가 가장 효과적인지 최적의 암 치료법을 찾는 방법이다.
 

“사람의 뇌종양 세포를 주입해 ‘뇌종양 아바타 마우스’를 만든 뒤 뇌종양 환자가 받는 모든 항암 치료를 미리 시행합니다. 그러면 인체 내 약물의 효과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합니다.”
 

아바타 마우스 외에도 남도현 교수는 암줄기세포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항암치료는 암세포가 분열능력과 전이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졌습니다. 암이 보이면 일단 공격하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치료가 어떤 암은 반응이 좋고, 어떤 암은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보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암줄기세포입니다. 다른 암세포와 달리 이 암줄기세포는 세포주기에 ‘휴지기’가 있어서 항암제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공격이 잠잠해지면, 다시 살아나 암을 증식시킵니다.”
 

암줄기세포를 찾아내 이를 격파하면 암은 완치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남도현 교수는 암줄기세포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연구는 암이라는 적의 본부를 날려버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남도현 교수는 이렇게 연구에 매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연구 지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력 또한 드물어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남 교수의 연구결과를 본 외국 제약회사들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왔다. 공동개발도 시작됐다.
 

“외국의 유명 석학들도 저희 연구를 보고 놀라고, 그 결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제 제대로 된 암과의 전쟁에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환자의 희망이 곧 우리의 희망
환자 곁에서 시작한 연구, 단 1명이라도 더 살릴 가능성 있다면 연구는 계속된다

 

남도현 교수는 약물 개발, 수술, 임상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든 분야를 통달한 건 아니지만, 각 파트를 조금씩 경험해봤기에 큰 틀을 볼 수 있습니다. 넓은 시야로 뇌종양 환자를 10명 중 1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의 결과가 합쳐지고 이어진다면 분명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남도현 교수의 연구가 실제 치료에 적용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걸까?
 


 

“제 연구로 인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한 사람의 생명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한 명을 살린다는 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연구 자료를 다음 가이드에 넘겨주면 됩니다.”
 

남도현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성과를 환자 치료에 적용하면 이를 토대로 다른 의사나 연구소에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 뇌종양에 좋은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18~2020년에는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 의사, 연구원, 글로벌 제약사까지 실험실에 5~60명의 연구 인력이 있습니다. 세계 석학들도 우리의 연구를 보고 찾아오고 리뷰 합니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끝으로 남도현 교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환자의 곁에서 시작했으니 그 끝도 환자의 곁에서이고 싶습니다. 환자의 행복을 떼어놓고 연구와치료를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그게 제 역할인 거 같습니다.”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뇌종양 연구. 그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의 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의 연구가 꼭 좋은 성과를 보여 많은 뇌종양 환자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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