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말에도 출근해 환자를 돌보는 의사 노인성 백혈병 신약 개발을 꿈꾸는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
등록일 2015.12.31 조회수 4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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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언론을 통해 훈훈한 사연 하나가 소개됐다. 하남시청 전 직원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정재익 씨(하남시청 청소과 소속)를 위해 십시일반 모은 수술비를 전달했다는 것. 하남시청 청소과에 재직 중이던 정재익 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것은 3년 전인 2006년. 진단 결과 그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판명됐고 골수이식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5천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를 지불하기엔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하남시 직협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수술비 모금운동을 벌였고 그렇게 모아진 돈이 정재익 씨에게 전달된 것이다. 큰 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몸만 아픈 것이 아니다. 마음도 아프다. 그래서 이런 사연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삼성서울병원의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환자는 언제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환자의 마음까지도 보듬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형 종합병원만 선호하는 환자를 보면 안타까워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병원이든 같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환자를 사랑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남들이 쉬는 주말에도 꼭 출근하는데, 회진을 돌며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춰 환자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혈액질환을 앓는 환자분들, 특히 자신의 생존확률에 대한 진단을 듣고 난 환자는 담당 의사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인지 제 환자분들은 저를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불안해하십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에 대한 마음 씀씀이는 외래 진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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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보단계의 아주 쉬운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진료 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인데, 이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이해가 잘 된다면서 좋아하십니다.”

 

장준호 교수는 그동안 탄광이 있는 강원도 정선의 동원보건원에서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일산보훈병원, 아주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왔다.
 
“시골의 작은 병원부터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많이 만났습니다. 그 덕에 작은 병원과 대학병원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장준호 교수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오기 전, 아주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의 일이다. 환자가 규모가 더 큰 병원만 선호해 소견서를 요청한 것. 그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기 한 달 전의 일입니다. 혈소판감소증으로 아주대병원을 내원한 환자분이 삼성서울병원으로 가겠다며 소견서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병증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굳이 더 큰 병원으로 갈 필요가 없어 보여 그냥 여기서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환자분이 벌컥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니 어떡하겠습니까? 결국 소견서를 써드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장준호 교수는 그 곳에서 다시 그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환자분은 제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길 줄 몰랐으니 놀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환자분께는 다시 친절히 설명드려 아주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견서를 작성해 돌려보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 가장 좋은 병원에 가야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물론 대학병원이 질환을 세분해서 초점 치료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를 선호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안타까운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늘어가는 노인성 백혈병,
임상양상이 다양한 만큼 예후도 제각각

 

초고령화 사회로 향해가면서 백혈병을 앓는 노인의 수가 늘고 있다. 백혈병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또한, 현재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적 관심이 많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이행되는 경향이 높은 질환이다.

 

장준호 교수는 주로 노인에게 발생한 백혈병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그의 주 진료 과목은 급성 백혈병, 빈혈,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조혈모세포이식이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처음 들어보셨겠지만, 우리나라의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우리가 예전에는 몰랐던 질병인데, 노인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신 질병 중 상당수가 바로 이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때문입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가 혈액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과 관련한 줄기세포 질환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전백혈병, 아급성 백혈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1976년 급성 백혈병과는 다른 병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위와 같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지는 몇 가지 질환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각 세부 분류별로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며, 예후 또한 매우 다양한 경과를 보입니다.”

 

그동안은 이 질병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뿐더러 치료방법 또한 없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인 환자의 치료 요구가 많아지면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나 동남아에서 저한테 찾아오시는 환자분 중 대부분이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 때문입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가 완치되려면 골수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병의 평균 발병 나이가 70대 후반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어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치료방법 또한 복잡한 상태입니다.”


가장 치료가 어려운 백혈병인 노인성 백혈병
살 만큼 살았다며 치료 거부하기도

 

“현재 백혈병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것이 노인성 백혈병입니다. 젊은 환자는 골수 이식을 받으면 50%가 낫는데, 노인은 5년 생존율이 5% 미만밖에 되지 않습니다.”

 

70세가 넘어 백혈병에 걸리면 살 만큼 살았다며 수술과 항암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도 많다. 그러나 장준호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2018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늘어날 것입니다. 70대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깁니다. 노인분들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분이 많아지면서 백혈병 치료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질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노인의학이라는 학문이 생겼는데, 그 분과로 노인혈액학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장준호 교수의 생각이다. 그래서 장준호 교수는 최근 임상시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성 백혈병 치료에 적합한 신약을 테스트 중입니다. 노인성 백혈병의 치료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경과가 좋아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내심으론 이 임상시험을 잘 끝내서 노인성 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장준호 교수의 연구가 성공하면, 노인성 백혈병의 환자에게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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