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로봇수술은 첨단이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최선일 때 빛난다. 환자를 위한 로봇수술, 삼성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로봇수술센터장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
등록일 2015.03.23 조회수 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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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블록버스터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단번에 눈과 귀를 사로잡는 대규모 세트와 현란한 특수효과도 빠질 수 없지만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로봇이라는 존재 자체다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달하게 될 정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공상과학(SF)이라는 꼬리표가 말해주듯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나 이미 확정된 미래라는 점은 분명하다하여튼 미리보기는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정서적 포만감을 안겨준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이미 현실에서 로봇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목격된다멀리 갈 것 없이 로봇청소기가 있다알게 모르게 로봇이 벌써 현재인 것이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누구나 한번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로봇수술을 들어봤을 것이다문제는 의미와 내용이다정말 SF영화의 지능형 로봇처럼 자기가 알아서’ 진단과 수술을 단번에 해내는 것일까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장의 산업용 로봇처럼 사전에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일까그것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궁금증과 호기심을 품고 로봇수술센터장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를 찾았다.

 

 

▒ 절개부위가 작고통증이 적은만큼 회복도 빠른 로봇수술

정교함과 미세함이 필요한 전립선암을 비롯해 각 암 수술에서 활발

 



로봇수술은 로봇이 스스로 알아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수술로봇은 자율형이나 지능형이 아니라 사람이 조종하는 수동형입니다의사와 로봇은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입니다시키는 것만시키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결국 수술은 의사가 하는 것이고다만 로봇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직접 수술대에서 집도하고로봇은 그 옆에서 카메라를 움직이거나 기구를 잡아주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 것인가그것은 아니다모든 과정을 의사가 100% 통제하고 조종하지만수술대에 누운 환자 몸에 직접적으로 실행되는 장면만 보면 오로지 로봇의 행위 같다.

 

말이 조금 어려워졌는데 현재 대표적인 수술로봇인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보면 이해가 쉽겠다힌트는 원격 조종이다





 

복강경 수술처럼 환자의 몸에 작은 구멍들을 뚫고거기로 카메라와 기구가 달린 로봇 팔을 삽입한 후수술대에서 멀리 떨어진 조종석(콘솔)에서 의사가 원격 조종을 하는 것이다환자 몸 안에 직접 삽입된 로봇 팔은 의사가 3차원 확대 영상을 보면서 조종하는 그대로 움직인다의사의 손놀림을 정확하고 매끄럽게 재현하기 때문에 직접 시술하는 것과 다름없다결국 (다빈치로봇수술은 수술로봇을 원격 조종해서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 즉 로봇보조 복강경 수술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로봇수술을 기존의 개복술이나 일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할 때 차이점이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개복술과 비교할 때 유리한 점이라면 우선은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그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절개 부위가 작으니까출혈이 적어서 수혈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통증도 훨씬 덜하고 수술 후에 회복 속도도 빠릅니다.

 

로봇수술도 크게 보면 복강경 수술의 하나이므로 장점은 그대로 갖는다여기에 로봇수술의 상대적 이점들이 추가되는 것이다.

 

첫째일반 복강경 수술은 환자 몸 안에 들어가는 기구를 의사가 직접 잡습니다환자 몸에 작은 구멍을 내고 긴 기구를 넣어서 수술하는데아무래도 미세하나마 손 떨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 로봇수술에서는 로봇이 기구를 꽉 잡은 상태에서 의사가 조종만 하면 됩니다떨림이 조금도 없습니다. 게다가 의사가 조종하는 그대로 100% 똑같이 움직입니다엄지와 검지를 골무 끼듯이 조종간에 넣고 양손으로 조작하는데시술자의 동작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똑같이 재현합니다그리고 움직임의 폭도 조정할 수 있어서 의사의 손동작이 아주 정밀하게 변환됩니다간단히 말해서직접 손으로 하는 것과 똑같지만 떨림은 전혀 없습니다정교하고 안정적일 수 있죠.

 

게다가직선의 복강경 기구와 달리 로봇 팔은 관절이 돌거나 꺾이는 등 움직임이 자유롭다접근하고 움직일 수 있는 각도나 공간 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좁거나 깊숙한 부위의 수술도 쉽게 해낼 수 있다.




둘째복강경 수술을 할 때 보는 모니터 영상은 2차원입니다반면 로봇수술은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합니다. 전자오락실의 게임기처럼 생긴 콘솔박스에 앉아서 스키 고글 같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평면 모니터와 달리 입체 영상이 나옵니다둘은 차이가 큽니다무엇보다 2차원은 거리감이 떨어집니다한 눈을 감고 바늘에 실을 꿴다고 생각해 보세요. 3차원 영상은 공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몸 안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수술하는 것 같습니다뿐만 아니라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10~15배 정도 확대해서 보여주고 화질도 좋습니다맨눈이나 복강경 카메라로 보이지 않는 구조물도 잘 보입니다확대된 입체 영상을 또렷하게 보여주니까 시야가 굉장히 좋습니다. 수술도 말하자면 종이를 오리는 것과 비슷한데잘 보여야 경계를 정확하게 찾아서 깔끔하게 오려낼 수 있겠죠.

 

로봇수술이 아무리 장점을 많이 가졌다고 해도모든 질환이 적응증이거나 모든 수술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로봇수술도 크게 보면 복강경 수술의 하나라는 사실에서 당장 한계선이 그어질 듯하다그렇다면 로봇수술이 적용될 수 있고 특히 유리한 분야는 무엇일까?

 

로봇수술의 장점과 효과는 암이나 장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다만 일반적으로 볼 때수술할 장기가 몸속 깊숙이 고정되어 있고수술 범위와 동선이 제한됐으며정교하고 미세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예를 들어 전립선을 보면골반이 확 좁아지는 가장 깊은 곳에 있으며딱 고정되어 있고 그렇게 크지도 않은 데다이리저리 움직일 필요 없이 그 주변에서만 계속 수술하면 되는 반면성기능과 관련된 신경들을 잘 피해야 합니다.



 

우리 삼성서울병원을 보자면전체 로봇수술의 60~65%는 비뇨기 계통 수술입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전립선암입니다그 다음은 신장암방광암 순서로 많습니다여성 배뇨 장애처럼 암인 아닌 경우도 있지만 빈도는 떨어집니다그리고 갑상선암위암대장암자궁암자궁근종 등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최근에는 흉부외과에서도 활발하게 하는데식도암은 이미 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 심장 수술도 시작했습니다앞으로 로봇수술이 점차 확대되리라 봅니다.

 

로봇수술은 미국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전립선암 수술의 80%, 산부인과 수술의 70% 정도를 로봇수술로 하고 있다그런데 로봇수술법을 갑상선암위암과 직장암 등으로 분야를 확대한 것은 우리나라 의료진이다복강경 수술의 수준과 역량이 뛰어난 것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한다하여튼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수술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이미 다빈치 로봇이 전국 31개 병원에 39대가 설치됐으며 연 7000건 이상의 암 수술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분명 장점은 있지만 비용을 상쇄할 만큼이냐가 쟁점이다다른 수술보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면 비교도 쉽고 말들도 없겠지만현재로서는 결국 초과비용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그런데 양적 측정이 곤란한 측면이 있다환자로서는 의학적 판단뿐 아니라 주관적 가치도 고려하기 때문이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로봇수술을 포함해서 최소 침습 수술이라면 공통으로 부딪히는 문제일 것이다수술 결과는 일단 두고줄어드는 흉터와 통증을 양으로 환산해서 추가비용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효용성이 적다고 할 수 있을까여성 갑상선암 환자가 목에 남을 수술 흉터로 고민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어떤 로봇수술이든 의사가 강권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환자의 요구와 선택이 결정적이다수술로봇의 가격이 떨어져서 비용이 적게 들 때까지는 어차피 논란이 계속될 것이지만지금 환자 자신에게는 건강과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의료진이 질환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천하는 선택들 중에서 자기가 원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을 고르면 될 것이다.

 

  

▒ 풍부한 수술경험과 안전으로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로봇수술센터

로봇은 첨단이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환자에게 최선일 때 빛난다.

 

로봇수술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화제를 로봇수술센터로 옮겼다.

 

로봇수술센터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에 관련된 것들 즉 수술실과 장비 등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총괄적으로 맡고 있습니다로봇수술에 참여하는 각과 교수님들과 간사 역할을 맡은 행정직원이 구성원입니다. 2개월에 한 번 운영회의를 여는데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한 운영 방침이나 시스템을 협의하고 결정합니다.

 

기본적으로 암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다른 암센터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암센터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도 하고 협진도 활발하지만우리 센터는 수술만 합니다.

 

그리고 매년 로봇수술센터 심포지움을 개최하는데 올해가 네 번째라고 한다국내외 로봇수술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심도 있게 학술적 논의를 하는 자리로수술 동영상을 보면서 강연과 토론도 한다삼성서울병원이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행사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1월에 첫 로봇수술을 시행했고이미 2012년 7월에 2000례를 돌파했다보유하고 있는 다빈치 로봇은 2인데각각 2007년과 2010년에 도입한 것이다이 센터장에게 올해 실적을 물었더니 하루하루 늘고 있어서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덤덤한 표정이었다양적인 토대는 어느 정도 갖췄으니 이제 질적인 비약에 관심을 두는 눈치였다.

 

로봇 단일공/단일경로 수술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복강경 수술은 복부 절개 대신 환자 몸에 구멍을 몇 개 뚫는 것인데그 구멍을 하나만 뚫는 것이 단일공(싱글포트수술입니다사실 단일공 수술은 삼성서울병원이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일공 수술에 로봇을 이용하려는 것달리 말하면 단일공으로 로봇수술을 하려는 것입니다최소 침습 수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로봇 단일공 수술이 도입된다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것입니다.

 

복강경 수술에서 최소 침습을 더 강화한 것이 싱글포트 복강경 수술이고수술 과정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보완한 것이 로봇보조 복강경 수술이라면로봇보조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그 둘을 합했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남은 질문은 하나다로봇수술을 고려하는 환자라면할지 말지도 문제지만만약 한다면 어느 병원에서 할까도 고민거리일 것이다이 센터장에게 삼성서울병원의 특장점을 물었다선택의 기준에 대한 실마리가 들어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비뇨기과를 예로 들면로봇수술의 초창기에는 수술하다가 중간에 개복술로 전환하는 일이 많았습니다하다가 못해서 포기한 것이죠지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하지만 우리 삼성서울병원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말이죠그리고 합병증이나 심각한 후유증도 극히 적거나 없었습니다.

 

로봇수술이라고 100% 안전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조심조심 차근차근 원칙대로 하고 있습니다.




 

로봇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의사의 숙련도와 경험이다그런데 병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하나 더 있다인터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그것은 바로 의사에게만 유리하고 편해서가 아니라 정말 환자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기에 로봇수술을 하며그것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시행하느냐다삼성서울병원이 그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있었다로봇수술은 첨단이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환자에게 최선일 때 빛난다는 상식이 잘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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