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심한 배려로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여성(女性)의 건강과 미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
등록일 2015.09.17 조회수 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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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있어 생식기와 유방은 출산과 관련된 기관으로 새로운 생명의 원천이 되는 만큼 매우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 암이 생긴다면, 암세포와 함께 자궁과 유방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는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어머니를 난소암으로 잃었다. 그래서 자신도 여성암 예방을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고, 또 그 2년 뒤 난소와 나팔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가족력에 의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신체 부위를 잘라낸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선택하기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자들만이 걸리는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이로 인한 여성들의 걱정과 고민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부인암을 주요 진료로 치료하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발생 빈도 증가하는 부인암,
시선 의식 말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내원해 검진받아야

 

김태중 교수의 진료분야는 자궁내막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근종이다. 이들 질병은 모두 최근 발생률이 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9년 721건이던 자궁내막암 발생 건수는 2011년 무려 1,921건으로 2.5배나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난소암도 10년 사이 환자 수가 3배가량 늘었다. 자궁경부암 발생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20대 젊은층의 자궁경부암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자궁근종만 보더라도 이전에는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했는데, 최근에는 20~30대의 발생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

 

 

“여성 생식기 질환은 대부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병에 걸렸더라도 조기에 발견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궁 질환이나 부인암 발생이 늘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미혼 여성의 산부인과 방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산부인과를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하면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결혼한 여성들도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으면서도 누가 볼까 주위를 둘러보며 한참을 서성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것에 대한 편견섞인 시선이 지금까지도 여성 건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이 여성 질환 예방의 최선입니다. 30대 이상에서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을 실시한 이후 정기 검진을 받는 여성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0~3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 노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치료를 넘어 미용까지 고려하는 ‘싱글 포트’
국내 첫 시도 이어 해외로까지 기술 전수

 

김태중 교수가 산부인과 의사가 된 사연은 다소 특이하다.

 

“본과 4학년 때 사주를 봤는데 산부인과를 진지하게 권했습니다. 그래서 인턴 시절 없었던 산부인과 스케쥴을 만들어 체험해 봤는데, 이거다 싶었습니다.”

 

무속인이 꽤 용한 모양이었는지 사주처럼 김태중 교수는 산부인과로 진로를 정한 뒤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태중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신기술 ‘싱글 포트’가 그 증거다.

 

“2008년에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발표할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해외의 한 학회에서 얼핏 들었던 ‘싱글 포트’라는 수술법을 산부인과에 바로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글 포트를 우리말로 풀어내면 ‘단일공법(單一孔法)’ 또는 ‘단일통로’로 이해할 수 있다. 몸의 구멍 한 곳만을 통해 수술하는 방법으로, 배꼽 내부를 절개해 통로를 만든 후 포트를 장착해 내시경과 수술용 도구를 삽입해 시행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배를 비롯한 신체 특정 부위를 크게 절개하거나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했기 때문에 통증도 크고 회복 기간도 길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술 후 남는 상처 때문에 미용적 측면에서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나 싱글 포트는 하나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도 적고 회복 기간도 짧습니다. 수술 흉터도 배꼽 주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김태중 교수가 싱글 포트라는 개념을 접했을 당시에는 미국 등에서도 대중화가 안 됐고, 개념만 정립된 단계였다.

 

“배꼽을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연구 끝에 수술해보니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렇게 싱글 포트에 매달린 끝에 그는 최근까지 수 백례의 수술에 성공했다. 또한 해외 의료계와 각종 학회에 초청받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환자를 위한 노력과 세심한 배려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의사가 발전을 이룬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도전정신도 돋보이지만, 흉터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여성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김 교수의 개인적 경험도 한몫했다.

 

“싱글 포트 수술을 두세 번 했을 때 제가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았습니다. 통증도 심하고 수술부위를 씻지도 못해 불편했습니다. 그때 환자의 심정을 깨달았습니다.”

 

김태중 교수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교수실 곳곳에도 묻어나 있다. 교수실 한쪽에 환자들이 보낸 편지를 담아놓은 함이 있고, 게시판에도 환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이메일을 프린트해 붙여 놓은 것도 여럿 눈에 띈다.

 

“번지점프를 할 때 막상 뛰어내리고 나면 괜찮지만, 점프하러 올라가는 과정이 가장 무섭고 걱정됩니다. 수술방에 들어가는 환자의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 긴장되는 순간에 의료진이 환자에게 부드럽게 설명하는 내용의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준다면 긴장감이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배려 외에도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향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김태중 교수. 하지만 그의 의사로서의 제1원칙은 치료를 잘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병이 낫는 겁니다. 때문에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 외에 제가 하는 다른 것은 모두 양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치료는 어느 정도 평균화되었기 때문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편이성, 만족도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태중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의대생일 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을 쓰는 훈련을 들여 지금은 양손잡이가 되었다”며 “의료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고, 항상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싱글 포트 실력자이자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의사.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의사. 김태중 교수의 노력이 앞으로 더 진보된 의료기술로 더 많은 환자에게 미소를 찾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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