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절제술, 색전술 등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국소 절제술, 색전술 등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희망,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센터
"예전 영화를 보면 희귀병 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를 못 받고 외국에 가서 치료 받고 오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이번에 생긴 종양은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외국 병원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건가
절망했는데 시기적절하게 양성자센터가 개소해서 제가 치료 받을 수 있게 된 게 기적 같네요."
60대의 한 중년 남성은 10회에 걸쳐 진행한 양성자 치료를 완료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20년 전 B형간염 진단 이후 간경화가 시작되어 10여년 전부터는 2~3년에 한 번씩 간에 종양이 생겨 고주파 열치료와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수차례 받아온 상황에서 최근 또 다시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그러나 종양의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색전술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치료효과가 없었고, 종양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 : 간이식, 간 절제술, 고주파 열치료를 하기 곤란한 경우에 적용하는 치료로, 가늘고 긴 관을 삽입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간암에 투여하는 치료법
*고주파 열치료 : 초음파를 보면서 간암에 직접 바늘을 찔러 바늘 끝에서 발생한 고주파가 주변 간암 조직의 이온을 뒤흔들고 이 때 발생한 마찰열로 간암 조직을 태워 죽이는 치료법
소화기 내과, 이식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 과의 의료진과 환자가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한 끝에 최근 개소식을 거쳐 가동하고 있는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몇 차례 색전술을 시행했지만 반응하지 않았으며, 이미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다른 치료가 불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환자분에게는 종양 주변 간 세포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선량의 방사능 투여가 가능한 양성자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습니다."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 교수-
그렇게 이 남성은 치료 계획에 따라 10회의 양성자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그는 한 달 뒤 양성자 치료 결과 확인을 위한 추가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며,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B형 간염 보균 진단 이후
간경화를 거쳐 2~3년을 주기로 발생한 간암, 그리고 색전술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이 중년 남성은 직장에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었던 터라 ‘그냥 평생 가지고 가는건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가 급격히 활성화 되면서 간경화가 시작됐습니다. 식사량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급격하게 몸이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지자 결국 이 남성은 고심 끝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애들이 어린데 대학교나 졸업시킬 수 있을까, 군대가는 모습은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의사가 일찍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자고 했을 때 내성이 생길까봐 최대한 버텼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관리를 시작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간이 굳으면서 혈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정맥류가 터져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오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약 10여년이 지나자 간에 종양이 발생했습니다. 다행이 원발성으로 발생했지만, 고주파절제술을 받기에는 간 기능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차선책으로 색전술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종양은 치료가 되었지만, 그 이후로 2~3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종양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색전술을 시행하며 치료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2016년 4월, 또 다시 간에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에도 색전술을 시행했지만 종양의 위치적 특성상 호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종양에 근접해 혈관이 지나가고 있어 국소적 절제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 (좌) Liver segment / (우) Liver segment 7번에서 발견된 환자의 종양
간 상태와 종양의 위치적 특성을 고려해 선택한 최선의 치료법,
양성자 치료를 시작하다!
소화기내과, 이식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각 과의 전문의가 모였습니다. 간암 다학제회의에서 단연 화두는 이 환자의 치료법이었습니다. 여러 의료진이 협의한 끝에 현존하는 치료법 중 이식 외에 가능한 치료방법으로 얼마 전 가동을 시작한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주1회 열리는 간암센터 다학제 협진 회의
이후 환자와의 대면다학제를 시행했고, 양성자 치료 원리를 포함해 구체적인 수술 계획을 협의했습니다.
"처음엔 방사능 치료라고 해서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워낙 후유증에 대한 이슈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의료진들이 한 자리에서 치료방법에 대해 각 과의 역할과 치료 계획을 설명해주니까 신뢰가 가더라고요. 나름대로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까 일반 방사선치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치료를 결정했죠.”
고심 끝에 양성자 치료를 결정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보통 양성자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상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호흡에 따라 변화하는 간의 정확한 추적 치료를 위해 침 형태의 골드마커를 여러 개 삽입합니다. 그런데 이 환자의 경우 혈관에 가까운 종양 위치로 인해 시술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박희철 교수는 골드마커를 삽입하는 고주파팀을 찾아갔고, 영상의학과 교수와 긴밀하게 협의했습니다. 결국 가까스로 한 개의 골드마커 삽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4월 마지막 주부터 양성자 치료가 시작되었고, 환자는 매일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 양성자 치료 중
매일 한 시간정도 치료 받고 있는데,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교수님들도 비록 형태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이 잘 버텨주는 것이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라는 말과 함께 “결과는 이제 한 달 뒤 검사를 통해 볼 수 있겠지만, 제가 딱 필요한 시점에 양성자센터가 오픈해 이렇게나마 치료를 받게 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라고 치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가 모든 암의 만능 치료법이라는 인식은 위험,
기존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것
위 환자의 사례처럼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 교수는 지금까지 수술 및 고주파 열치료, 색전술 등이 불가능했던 간암 환자들에게 양성자 치료가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 교수
“간암은 완치목적의 표준치료로 고주파열치료, 색전술, 절제술 등을 시행합니다. 그리고 간 기능이 좋지 않아서 절제가 어려운 환자들, 고주파 열치료가 불가능한 위치의 환자들, 혈관 주변에 종양이 있어 치료가 불가한 경우 등에 한해서 완치 목적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사선 치료방법으로는 간기능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는 기존 엑스선을 활용한 방사선 치료에 비해 주변 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간 기능을 보존하면서도 기존 표준 치료에 버금갈 정도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환자 분의 경우도 양성자 치료 외에는 다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완치 목적으로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며, 수술 혹은 고주파 열치료가 불가능한 환자, 간문맥 혈전증이 동반된 간암, 색전술을 시행했으나 효과가 없는 경우, 간내 담도암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 있어 양성자 치료가 활발히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양성자 치료가 간암의 만능 치료법으로 쓰여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고주파 열치료나 수술, 색전술 등이 가능한 환자는 그 치료법을 우선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양성자 치료가 기존 엑스선을 활용한 방사선 치료보다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적은 좋은 치료방법인 것은 확실하지만, 종양 위치에 따라 다른 장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를 시행해나갈 예정입니다.”며 당부했습니다.
간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 종료 후 약 한 달에서 세 달 간 경과 관찰 위한 검사를 시행한 후 치료 효과를 측정하게 됩니다. 머지 않아 환자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의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