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완전 절제가 어려운 척추종양 환자의 새로운 희망,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 유정일 교수

수술 후 완전 절제가 어려운 척추종양 환자의 새로운 희망,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수술의 완전절제가 어려운 척추종양 양성자치료로 답을 찾다!
  “척추에 종양이 보입니다.”
 
교통사고 이후 허리에 뻐근함을 느껴 근처 병원을 찾았던 중년의 남성은 MRI검사를 시행한 뒤 뜻밖의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사고 직후 찍었던 X-ray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어 가벼운 근육통 정도로 여기고 2주 정도 물리치료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치료 이후에도 허리의 뻐근함이 사라지지 않자 정밀 검사를 받았고, 척추종양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그 길로 이 남성은 삼성서울병원 척추종양센터를 찾았습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와 함께 진단 받은 척추종양,
척추종양센터 의료진이 한 자리에 모이다!
매주 1회 열리고 있는 척추종양다학제회의(spine tumor board)
▲매주 1회 열리고 있는 척추종양다학제회의(spine tumor board)
 
주 1회 열리는 척추종양다학제회의.
정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 내과 등 각 과의 의료진 약 13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영상 검사 결과를 판독하고 척추 종양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척추종양의 경우 전이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 남성 환자의 경우는 원발성으로 척추에 육종암이 발생한 흔치 않은 케이스였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협의를 거쳐 환자의 치료 계획이 확립되었습니다.
(좌) 척추종양수술 전(초록색 화살표), (우) 척추종양제거 수술 후
▲(좌) 척추종양수술 전(초록색 화살표), (우) 척추종양제거 수술 후
 
 
무엇보다 척추 종양은 수술을 통한 완전절제가 쉽지 않은 부위로, 척추에 발생한 육종의 경우 국소 재발률이 많게는 50%까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국소재발 시 추가 치료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함을 고려하여, 수술적 절제와 함께 국소 재발 방지를 위한 방사선 치료 시행이 결정되었습니다.  
 
우선 척추종양센터 정형외과 이종서 교수의 집도로 종양 제거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종양의 침윤이 제한적이어서 깨끗하게 절제가 가능했고, 조직 검사 결과에서도 종양 절제연이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발 방지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시작한 양성자 치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종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상당부분 남아 있다고 판단되어 의료진은 방사선 치료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습니다.
 
바로 종양의 위치였습니다. 척수를 싸고 있는 척추 뼈에 육종이 발생한 만큼 자칫 방사선이 척수에 영향을 미쳐 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방사선 양을 줄여 조사하게 되면, 실제 종양의 재발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정상 주변 조직, 특히 척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재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고선량의 방사선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는 고심 끝에 토모테라피 25회와, 양성자 치료 5회를 시행하기로 계획했습니다.
 
*토모테라피: 세기조절 방사선치료 전용기기로서 치료할 종양의 모양이 다양하거나 여러 부위인 경우 동시 치료가 가능하며, 고선량의 방사선 치료가 가능.
*양성자치료 : X-선을 이용한 방사선치료와 비교하여 양성자치료는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에 전달되는 방사선량이 적기 때문에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낮추면서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음
 
“지금까지 척추 종양 치료에 있어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불확실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척수와 그 주변 장기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충분한 양의 방사선치료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양성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없이 방사선량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특히 고선량의 방사선치료가 필수적인 육종에 있어 이미 양성자가 도입되어 있었던 유수의 병원에서는 토모테라피를 포함한 세기조절 방사선치료와 양성자 치료를 함께 시행한 결과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후복막 육종에 있어 수술적 절제를 전후로 재발의 위험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부위에 일반 방사선 치료를 넓은 범위로, 그리고 재발 위험도가 높은 부위에 양성자 치료를 통해 국소적으로 더 높은 방사선량을 전달하여 90% 이상의 높은 국소제어율을 획득한 전향적인 연구를 발표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이 환자분 역시 부작용 가능성을 높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방사선 치료인 토모테라피와 양성자 치료를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척수와 정상 주변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했던 만큼 방사선 치료 계획 수립 시 양성자 치료는 필수 고려 대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척수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반 방사선 치료 횟수가 25회였고, 이 외 척수에 문제가 생길 위험을 거의 없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 하기 위해 양성자를 5회 추가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양성자치료중
방사선 치료 계획을 완료한 유정일 교수는 곧바로 환자의 방사선 치료에 착수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병원을 찾아 6주간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고, 초기 경미한 구토증상을 보였던 환자의 증세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면서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치료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척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투여함으로써, 오는 7월 시행할 추적 검사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술로 완전 절제가 어려운 척추 종양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것
 
위 환자의 사례처럼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수술로 완전 절제가 어려운 척추 종양 환자에게 양성자 치료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유정일 교수
 
거듭 강조하지만 척추종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입니다. 그러나 척추에 발생하는 종양은 재발률이 높고, 척추의 위치 특성상 수술을 통한 완벽 절제가 어렵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예방적 치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선량의 방사선을 투여할 경우 척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주변 정상 조직에 전달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하면서, 재발의 위험 부위에만 방사선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양성자 치료가 좋은 치료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척추에 발생하는 종양, 특히 척삭종, 그리고 육종에서 양성자치료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모든 척추질환 환자들이 양성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척수와 종양이 매우 근접한 경우에는 양성자 치료 역시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척수종양팀과 함께 논의하여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도출해야 합니다. 또한 전체 방사선 치료를 전부 양성자 치료로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위 환자의 경우 역시 양성자 치료를 5회로 설정한 이유는 비용과 효과 두 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종양제거를 위해서는 일정량 투여해야 하는 방사선량이 있고, 이는 양성자와 일반 방사선이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초기에 넓은 범위에 대해서는 일반 방사선을, 그리고 부작용 최소화와 동시에 집중조사가 필요한 곳은 양성자로 접근했습니다.”
 
라며 앞으로 양성자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는 적극 도입하되,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 방법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술 후 토모테라피와 양성자 치료까지 마친 환자는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수술 후 양성자 치료 앞두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죠. 정보도 별로 없었고, 주변에서 워낙 방사선 치료 부작용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매일 치료 받으러 오고 가는데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뿐더러, 저에게 최적화된 치료방법이라고 해서 믿음을 갖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제가 방사선 치료 받을 시점에 시기 적절하게 양성자센터가 개소를 했고, 그래서 제가 치료의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병을 앓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환자는 종양을 앓게 된 계기로 많은 삶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매일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으며 모처럼 시간을 많이 갖게 된 점이 가장 뜻 깊었다고 합니다.
 
“제 옆에서 아내가 늘 함께 해주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도 만나면 요즘 얼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식이 조절은 물론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고 있고, 매일 산책도 함께 하면서 건강을 되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종양이 생겼나 하는 생각만 계속 하다 보면 제가 더 힘들어지겠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두렵긴 합니다. 하지만 수술과 치료가 잘 됐으니 앞으로는 스트레스 받는 것도 최소화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려고 합니다.” 라며, 종양 치료 이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이 환자는 오는 7월 양성자 치료 이후의 추적관찰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을 계획입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다음 외래에서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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