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식품이야기 ] 참치, 이걸 먹어? 말어?
금속 중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상태로 존재하는 수은은 자연계에서 금속수은과 무기수은, 유기수은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금속수은은 온도계, 체온계, 치과용 아말감, 수은전지, 형광등 등의 제조에 사용되며 무기수은은 농약, 방부제 등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작업장에서 금속수은이 열로 기화하거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석탄이 산화할 때 배출되는 무기수은은 대기 중으로 오염될 수 있고 이것이 비를 통해 땅이나 강, 바다로 흘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기수은은 미생물에 의해 유기수은인 메틸수은으로 바뀝니다. 이런 메틸수은은 플랑크톤 같은 작은 생물이나 식물을 통해 생태계의 먹이사슬로 유입되는데, 한번 유입된 수은은 생체 내 단백질과 강한 결합을 이루어 쉽게 배출되지 않으므로 생물농축 과정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먹이사슬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상어나 참치 같은 대형 육식성 어류에는 높은 농도의 수은이 존재하게 되며, 어류 섭취를 통해 인체에 수은이 유입됩니다.
금속수은을 먹을 경우 체내에 거의 흡수되지 않지만 증발하는 금속수은을 흡입하여 수은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무기수은 자체도 소화관이나 피부로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며 태반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유기수은(메틸수은)은 지용성 물질로 소화관으로의 흡수가 90% 이상이 되고 반감기가 70일 정도로 체외 배설이 늦어 축적되기 쉬우며 체내에서 쉽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뇌와 척수에는 혈류를 통해 들어오는 이물질을 막기 위한 혈뇌장벽(blood-cerebral barrier)이 존재하는데, 메틸수은은 이 혈뇌장벽을 통과하여 중추 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영향을 줘서 감각이상, 운동실조, 구음장애, 청력저하, 시야 협착 등의 심각한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태반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유전적인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임산부가 수은에 노출되면 모체는 중독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태아의 사산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출산한다고 하더라도 출생과 성장기에서 운동, 감각 등의 장애와 정신발달 지체와 같은 신경 발달 장애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메틸수은은 신경계통이 이루어지는 태아나 유아들에게 더 심각한 위해성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참치를 건강식품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EPA와 DHA는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오메가 3(ω-3) 지방산의 일종입니다. ω-3 지방산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임산부의 ω-3 지방산 섭취는 조기분만의 비율을 감소시키며, 임신기와 수유기에 ω-3 지방산 섭취는 아이의 정신발달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HA는 뇌와 망막을 구성하는 인지질 성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DHA 부족은 신경발생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DHA는 특히 임신 3분기에 태아조직에 많이 축적되며 체내에서 합성 및 전환되지 않아 DHA 공급은 식품 섭취에 의존해야 합니다.
흔히 참치라고 불리는 다랑어의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 이 중 참다랑어(Bluefin tuna) • 황다랑어(Yellowfin tuna), 눈다랑어(Bigeye tuna), 날개다랑어(Albacore) 등은 대형 종에 속하며, 가다랑어(Skipjack tuna) • 점다랑어 • 줄삼치 • 물치다래 • 몽치다래와 같은 것들은 소형 종에 속합니다. 국내 다랑어 선망어업의 주요 어획종은 가다랑어와 황다랑어, 눈다랑어로 그 중 가다랑어가 60~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통조림 제조에 사용되는 참치의 대부분은 가다랑어이며 눈다랑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횟감용으로 사용되는 참치는 눈다랑어, 참다랑어 입니다. 참치회 중 뱃살로 인기 있는 황새치(메카 도로)는 다랑어류가 아닌 새치류 입니다.
국내 수은 기준은 다랑어류 및 새치류, 심해성 어류에 대해 메틸수은을 1.0ppm(= 1.0mg/kg = 1000μg/kg = 1.0μg/g)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미국 등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국내 식약처에서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랑어류 134건, 새치류 103건, 상어류 36건 및 참치통조림 33건에 대해 메틸수은 함량을 조사한 결과, 각각 평균 0.21, 0.20, 0.28, 0.03ppm으로 국내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3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유통되는 다랑어류의 평균 메틸수은 함량은 0.2ppm으로 국내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사한 다랑어류 중 메틸수은 함량이 적게는 0.02ppm, 많게는 메틸수은 기준 1.0ppm에 근접한 0.92ppm까지 들어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FAO/WHO 자료에 따르면 다랑어류 중 국내에서 통조림으로 사용되는 가다랑어의 총수은 함량(total mercury)이 가장 낮았고, 미국에서 통조림으로 사용되는 날개다랑어의 총수은함량은 가다랑어보다 높았습니다. 그리고 횟감으로 사용되는 참다랑어와 눈다랑어의 총수은함량이 다랑어류 중 가장 높았습니다.
참치는 수심 200m 이상의 심해에 서식하는 심해성 어류로 먹이사슬 상위에 있기 때문에 다른 어류들보다 수은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국내 식약처의 권고대로 임산부, 가임여성, 수유모는 참치를 포함하여 상어, 황새치 등 섭취를 주 1회 100g(작은 참치캔 1개, 큰 참치캔 2/3개) 이하로 현명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멸치, 정어리, 청어, 고등어, 송어, 연어, 대구간유는 참치보다 수은 함량이 훨씬 낮고, ω-3 지방산은 더 풍부합니다. 다랑어류 및 새치류, 심해성 어류는 수은 함량이 높기 때문에 섭취 시 주의해야 합니다.